[경제 카페]공채 중단 쌍용건설 “몇명이라도 뽑으려 했지만…”

  • Array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송충현 경제부 기자
송충현 경제부 기자
14일 오후 7시경 마감에 쫓기던 기자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평소 쾌활하고 말하기를 즐기던 친구였다. 그런데 이날 스마트폰을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 있었다. 또 그가 전해준 얘기도 충격적이었다.

국내 건설도급순위 13위에 랭크된 대형업체인 쌍용건설이 대졸자 공개채용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이를 채용응시자들에게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발송했다는 것이었다. 쌍용건설은 14일자로 발송한 편지에서 “회사의 인수합병(M&A)이 올해에만 네 차례나 무산되고 신규 자금 투입이 지연돼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 부득이하게 공개채용을 중단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쌍용건설은 지난달 중순 신입사원 공채 공고를 낼 때까지만 해도 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매각 주체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이랜드의 매각 협상이 실패하며 모든 게 어그러졌다. 하필 20일은 신입사원 공채 원서접수 마감일이었다.

쌍용건설은 공채 중단을 통보하는 e메일을 발송하기 직전까지 소수라도 신입사원을 뽑는 방안을 고심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너 명이라도 선발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힘이 들었다”며 “신입사원 공채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꿈을 짓누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며 씁쓸해했다.

쌍용건설은 17일에도 김석준 대표이사 회장과 임직원 명의로 작성한 사과편지를 1차 면접과 적성검사에 참여했던 응시자 319명에게 보냈다. 편지에서 쌍용은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혼란과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최고 난도의 건축기술을 자랑하며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공채에 지원한 응시자 중엔 이 호텔을 보며 해외현장을 누비는 꿈을 꾼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쌍용건설이 약속한 대로 ‘빠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신규 채용 중단으로 혼란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지원자들의 꿈을 계속 이어주길 바란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
#쌍용건설#공채중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