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간격 18m… 지그재그… 고객 발길 잡는 ‘동선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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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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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복합쇼핑몰 ‘체류시간 늘리기’ 설계 붐

매장 간격 18m의 비밀 10월 5일 문을 여는 인천의 복합쇼핑몰 ‘스퀘어원’ 1∼3층 내부. 1층의 매장 간 거리는 18m이고 2층과 3층의 매장 입구에서 유리난간까지의 거리는 4.5m다. 주요 동선에서 10개 이상의 매장이 보이게 했고 천장은 통유리로 마감했다. 서부T&D 제공
매장 간격 18m의 비밀 10월 5일 문을 여는 인천의 복합쇼핑몰 ‘스퀘어원’ 1∼3층 내부. 1층의 매장 간 거리는 18m이고 2층과 3층의 매장 입구에서 유리난간까지의 거리는 4.5m다. 주요 동선에서 10개 이상의 매장이 보이게 했고 천장은 통유리로 마감했다. 서부T&D 제공
다음 달 5일 인천 지역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대형 복합쇼핑몰 ‘스퀘어원’은 에스컬레이터나 중앙 휴식 공간 등 고객의 핵심 동선에서 각 매장의 입구가 10개 이상 보이도록 설계했다. 한 층의 바닥 면적이 2만7463m²로 국제 축구장 규격의 4배에 이르는 대형 점포여서 매장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가시거리 안의 매장 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내부를 세모꼴로 구성했다.

통유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몰은 1층 입구에 최고 높이 17m의 유리재질 파빌리온을 설치했다. IFC몰 제공
통유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몰은 1층 입구에 최고 높이 17m의 유리재질 파빌리온을 설치했다. IFC몰 제공
8월 말 문을 연 여의도 최초의 쇼핑몰 국제금융센터(IFC)몰 역시 전체 디자인이 둥근 삼각형이다. 직선 구조는 양끝의 매장을 오갈 때 한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가운데 기둥을 모두 없애 매장들이 눈에 잘 들어오게 설계했다.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인 복합쇼핑몰이 대형화하면서 고객 동선이나 인테리어에 과학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걸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하고 매장은 눈에 잘 띄게 하는 기술을 결합한다.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매장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대형 쇼핑몰에 접목된 과학

대형 쇼핑몰에서 마주보는 매장 사이의 거리는 16∼18m가 최적이다. 사람이 많아 약간씩 부딪히는 것은 오히려 쇼핑 의지를 높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자주 부딪히면 쇼핑 자체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부딪힘 효과(Butt-Brush Effect)’를 연구한 끝에 나온 수치다. 2009년 10월 문을 연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이어 스퀘어원도 이를 적용했다.

카펫… 롯데몰 김포공항의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다. 천천히 걷게 해 쇼핑몰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과학’이다. 롯데자산개발 제공
카펫… 롯데몰 김포공항의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다. 천천히 걷게 해 쇼핑몰 내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과학’이다. 롯데자산개발 제공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 방화동 김포공항 내에 문을 연 롯데몰 김포공항은 바닥에 딱딱한 대리석 대신 부드러운 카펫을 깔았다. 푹신한 카펫을 밟으면 편안함을 느껴 고객들의 이동속도가 느려진다는 관찰 결과를 활용한 것이다. 롯데몰 측은 “고객 체류시간이 다른 유통 시설보다 20∼30% 길다”고 말했다.

실내에서 오랫동안 쇼핑하면 답답함을 느껴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까 봐 천장을 투명하게 설계한 사례도 많다. 스퀘어원은 천장에 채광이 가능한 통유리를 설치했다. 지하에 위치한 IFC몰은 지상층 입구에 높이 17m의 유리 구조물을 설치해 빛이 실내로 잘 들어오게 했다.

○ 백화점 신규 점포에도 과학

백화점들도 신규 점포를 중심으로 과학을 속속 접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5층 가구 매장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한쪽 면이 통유리로 돼 있다. 자연광이 들어와야 실제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 가구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4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은 ‘지그재그형 동선’을 접목했다. 영캐주얼 의류층에 각 브랜드를 배치할 때 매장 전면을 지그재그식으로 구성해 상품이 되도록 많이 노출되게 했다. 일자형으로 매장 동선을 만들면 10m당 4개의 마네킹을 진열할 수 있지만 지그재그형으로 하면 6개까지 놓을 수 있다. 그 결과 의정부점 영캐주얼 의류 매장의 매출은 본점, 영등포점, 경기점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문을 연 현대백화점 충청점은 지그재그형 구성을 문화센터 강의실에 접목했다. 각 강의실 출입구를 지그재그로 배치해 고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사 측은 “문화 강좌를 듣는 구매력 높은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대형 복합쇼핑몰#동선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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