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988년 철거폭력 판자촌 딱지 사고… 2012년엔 “강제철거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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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또 이중성 논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1988년 판자촌 재개발아파트 입주권(일명 ‘딱지’) 매입을 통해 아파트를 샀던 사실이 3일 알려졌다. 안 원장이 사들인 아파트는 재개발 과정에서 2009년 ‘용산 사태’처럼 철거반과 주민 사이에서 폭력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던 곳이다.

안 원장은 최근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도시 재개발과 관련해 “거주민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 논리만으로 밀어붙이다가 용산 참사 같은 사건을 초래했다. 앞으로는 도시를 재개발할 때 세입자 등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면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밀어붙이기식 재개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안 원장이 정작 본인은 ‘딱지’ 구매를 통해 이득을 얻은 전력이 있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가 안 원장이 소유했던 서울 동작구 사당동 D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안 원장은 1988년 4월 이 아파트의 입주권을 매입했다. 안 원장은 당시 이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았던 만큼 ‘사당2구역 제2지구주택 개량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입주권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는 1989년 입주가 시작됐고 안 원장 부부도 한동안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은 준공 허가가 난 이후인 1990년 12월 본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고, 2000년 10월 이 아파트를 팔았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안 원장이 입주권을 살 무렵 시세가 3000만 원 정도였고 아파트를 팔 때는 1억5000만 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당시 ‘사당2구역 재개발’은 건설업체가 고용한 수백 명의 철거반원이 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돼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던 곳이라는 점이다. 1988년 11월 8일자 한 언론의 보도는 ‘철거반원들이 길이 70cm가량의 쇠파이프로 주민들을 마구 구타하면서 철거를 강행해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안 원장이 1988년 결혼하던 해에 바로 아파트를 샀으면서도 ‘안철수의 생각’에서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말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그가 안철수연구소와 삼성서울병원(당시 부인의 직장)에서 가까운 서울 강남권에서 6년 이상 전세를 살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당동에 본인 소유의 아파트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집 없는 설움’은 아니라는 얘기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안 원장은 1995년 3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할 당시 서울 강남에 있던 안철수연구소에서 가까운 강남구 도곡동 Y아파트 30평형 전셋집에 살았다. 이후 1998년 3월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송파구 문정동 H아파트 41평형 전세로 이사했고, 안철수연구소가 코스닥에 등록한 후인 2001년 10월 부인 김미경 교수 명의로 같은 단지의 41평형 아파트를 샀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사당동 아파트는 안 원장 부모가 결혼한 뒤에 마련해 주신 것으로 매입 과정은 정확히 모른다”며 “안 원장은 회사 설립 직후 어려울 때 오랫동안 전셋집을 오가며 살았고, 사당동 아파트 입주권 매입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채널A 영상] “집 없는 설움 안다” 안철수, ‘딱지거래’ 의혹 제기돼
#안철수#이중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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