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자양동 S아파트에 살던 김모 씨(53·주부) 가족은 올해 3월 경기 용인시 아파트로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최근 7년 새 3번째 이사다. 김 씨 가족이 둥지를 틀었던 곳들은 모두 입주한 지 2년을 넘지 않은 새 아파트였다. 김 씨는 “새 아파트는 깨끗한 데다 첨단 주택설비를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며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새 아파트만을 찾다 보니 이사 횟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 김 씨처럼 새 아파트만 찾는 ‘얼리 어답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장기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입주를 새로 시작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 초부터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성동구 금호14구역 재개발 아파트 ‘서울숲 2차 푸르지오’가 대표적. 이 아파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전용면적 59m²의 경우 전체 271채 중 60여 채가 전세물건으로 나와 모두 세입자를 찾았다.
이 같은 인기는 가격에도 반영됐다. 부동산114가 올해 5∼7월 중 서울과 경기지역 아파트의 입주기간별 전세금 동향을 분석한 결과, 입주기간이 짧을수록 전세금이 강세를 보인 것.
서울의 경우 5년 이하(입주기간) 아파트는 6월과 7월에 각각 0.21%와 0.19% 올랐다. 반면 6년 이상∼10년 이하 아파트는 6월에 0.02% 하락했고, 7월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11년 이상된 아파트는 6월(―0.07%)과 7월(―0.01%) 모두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경기지역에서도 5년 이하 아파트는 6월(0.1%)과 7월(0.05%) 모두 상승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6년 이상∼10년 이하는 6월(―0.08%)에 떨어졌다 7월(0.02%)에 반등했고, 11년 이상은 6월(0.05%)에는 올랐지만 7월(―0.02%)에는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입주한 지 5년 이하 아파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설의 수준 차이에서 비롯됐다.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는 대체로 2008년 이후 분양된 것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시설 고급화에 나섰을 때 지은 것이다. 입주한 지 2년이 안 된 아파트는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낮게 형성된다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아파트 투자 가치가 떨어지자 주거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실속형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유하는 집이 꼭 거주하기에 좋은 집은 아니다”라며 “얼리 어답터의 출현은 소유와 거주라는 가치의 미스매치(mismatch·불일치) 때문에 생겨난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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