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채용 전제형 인턴들이 지난달 25일 경기 가평군 한화인재경영원에서 선배 사원으로부터 경영전략을 짜는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강점 약점 기회 위협) 방법론을 배우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엄마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너의 소신을 믿는다. 다만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다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한화그룹의 채용 전제형 인턴들의 교육 수료식. 지난달 23일부터 3주간 실시된 교육과 현장실습을 마친 송미영 양(17·서울 동구마케팅고 2년)은 어머니가 학부모 대표로 동영상에 나와 이렇게 말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잠시 숙연해졌던 학생들은 미영 양에게 박수를 보냈고 장내는 곧 웃음과 수다로 가득 찼다.
한화가 국내 최초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인문계고 등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채용 전제형 인턴제도는 고졸 채용을 확대하자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그룹 인사팀에 “좋은 인력을 선점하기 위해 고교 2학년부터 뽑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6월 말 전국에서 12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664명 중 한화증권, 한화호텔앤리조트 등에서 근무한 220명이 이날 연수를 마치고 모였다.
그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능력이 부족한 나이 어린 직원들이 대거 입사하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손수제작물(UCC)을 통한 계열사 홍보전략,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기업을 운영하는 과제 등을 수행하는 인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끔히 사라졌다.
연수 당시 인턴 30여 명으로 이뤄진 한 팀은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모델을 만들어 연간 수익률까지 계산해 냈다. 변준균 한화인재경영원 차장은 “대졸 신입사원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토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인턴들은 한화에 입사하는 것을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충북 증평군 증평정보고 2학년 김유림 양은 “학교는 물론이고 동네 마트에도 한화 입사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민망하다”면서도 “대기업에 입사한 것을 아버지가 아주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고졸 사원들의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위해 입사 뒤 3년 과정의 사내대학을 운영하고, 군 제대 뒤에 돌아오는 사원에게는 재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조경회 한화 경영기획실 차장은 “채용 전제형 인턴으로 들어오는 고졸 사원들이 대졸 사원과 경쟁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사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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