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0기 만든 노하우 모두 담겠다”

  • 동아일보

■ 김균섭 한수원 사장, DB구축→전산시스템 통합 계획

“최근 30년 동안 원자력발전소를 20기 이상 만든 기업은 세계에서 한국수력원자력뿐입니다. 그런데 그 건설과 운영 노하우가 아직 전산시스템으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구슬이 서 말 있는데 꿰어 놓지 않은 상황이죠.”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만난 김균섭 한수원 사장(62·사진)은 원전과 관련된 방대한 정보를 내년까지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회사 전산시스템에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전건설·운영지식시스템’이 있으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 안전 수준이 높아지고 프로젝트 관리도 엄청나게 효율이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비전은 한수원이 원전 건설 사업관리회사(PM)가 돼 원전을 수출 산업화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KAIST, 시스템통합업체들과 함께 세미나를 열고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원전을 한국의 수출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김 사장이 한수원 사장 공모에 응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리 원전 1호기 정전 은폐사고와 납품비리사건이 일어난 한수원의 수장을 맡는 사람은 고개 숙이고 사과하는 게 주 업무가 되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우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1978년부터 상공부에서 원전 국산화계획을 추진했던 김 사장은 다시 한 번 원자력과 인연을 맺는 게 사명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김 사장은 “추가 수출을 위해 베트남과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전 도입을 계획하는 나라들에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알렸고 핀란드와는 상담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원전 건설과 운영 수준이 최고 수준’이라는데 왜 고장이 잦은지 물었다. 김 사장은 “국민들께서 원전의 사고와 고장을 혼동하고 계신다”며 “고장은 방사선 누출과는 무관하며 사고에 해당하는 사례는 한국에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6일 재가동에 들어간 고리 1호기가 국내 원전 전체 고장 건수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논란에 대해 “고장 대부분이 원전 운영기술이 부족했던 상업운전 초기에 발생한 것이고 최근 10여 년 동안 고리 1호기의 고장 사례는 딱 3건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회사가 지금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소통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어 원전 지역 주민, 국민과 대화하고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김 사장은 “원자력은 악(惡)이 아니라고 강조해 달라”고 했다. 그는 “잘못한 일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한다”면서도 “우리 직원들은 안전한 전기, 싼 전기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강조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균섭#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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