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처음 방문한 인드라 누이 펩시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불황기 기업의 전략으로 ‘퓨처 프루핑(future proofing)’을 제시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펩시콜라를 생산하는 펩시코는 네슬레에 이은 세계 2위 식음료 업체로 작년 매출은 670억 달러(약 75조7100억 원). 여성으로 인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누이 회장은 2006년 펩시코 회장에 올라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염 브랜드 분사, 트로피카나 인수, 퀘이커 오츠 합병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누이 회장은 한국에 대해 “서울은 전 세계에 디자인과 기술, 문화를 수출하는 ‘메가 시티’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 딸은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케이팝(K-pop·한국대중음악)을 달고 산다”며 “케이팝은 산업을 넘어 ‘운동(movement)’의 단계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누이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김용수 롯데제과 부사장 등을 만났다. 그는 “삼성은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기술을 갖고 있고 펩시는 소비재에서 뛰어난 기업”이라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36년째, 롯데제과는 7년째 펩시 제품을 국내에서 팔고 있다. 2010년 롯데칠성이 필리핀펩시의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누이 회장은 “롯데와 함께 다른 국가에 진출할 가능성도 타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펩시의 성장 전략으로 지역과 제품의 다각화를 꼽았다. “원자재 값이 오르고 경제 위기가 겹치자 매출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해 있던 펩시는 다각화가 필요했습니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으로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제품도 ‘건강과 재미’를 모두 잡도록 했다. 소금 함량을 줄이고 ‘다이어트 펩시’나 ‘펩시 맥스’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누이 회장은 롯데칠성이 작년 말 ‘펩시’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다 정부를 의식해 실패한 것에 대해 “가격은 기업이 자율로 정하는 것이고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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