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금성사 시절인 1977년 생산한 에어컨을 얼마 전까지 쓰다가 기증한 김정환 씨는 “사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고장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1977년경 구입한 골드스타(금성) 에어컨을 현재 집에서 가동 중입니다. 냉방 능력도 괜찮고 외관도 볼만해요.”
7월 말 LG전자 홈페이지 제보 게시판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1977년은 금성사(현 LG전자)가 부산에서 경남 창원으로 공장을 옮긴 해였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보자가 보유한 제품은 창원공장에서 처음 생산한 에어컨인 셈이다.
창원공장에서 에어컨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곧바로 제보자의 집이 있는 경기 안양시를 찾았다. 이들은 한동안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문서로만 남아있던 ‘GA-120’ 모델이 설치돼 있던 것이다. 이 제품의 출시 당시 소비자가격은 26만9980원. 1970년대 후반 대기업 사원 월급이 약 10만 원임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제품 측면에는 ‘금성 룸 에어콘디쇼너’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제품 설명과 주의사항, 가격 등이 담긴 스티커도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녹이 다소 슬었지만 바람이 ‘쌩쌩’ 나올 정도로 기능도 문제가 없었다.
제품 주인인 김정환 씨(81)는 “20년 전 금성사 연구소 직원이 ‘혹시 사용하지 않으시게 되면 수거해가겠다’며 명함을 준 게 생각나서 연락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증받은 에어컨을 창원공장 내 역사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김 씨에게는 감사의 뜻으로 400만 원 상당의 신제품을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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