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뜰한 녀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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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대신 2대로♬ 3G 대신 와이파이로♬ 유료 대신 무료로♬
■ 공기계 통화족 확산

직장인 서모 씨(43)는 두 대의 휴대전화기를 함께 가지고 다닌다. 한 대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2G(2세대)폰, 다른 한 대는 통신회사에 가입하지 않은 공기계 3G 스마트폰이다. 서 씨가 3G폰 공기계를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와이파이(Wi-fi) 존만 찾으면 무료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 서 씨는 일과 후에는 무료 와이파이 존을 찾아 낮 동안 미뤄 뒀던 통화를 마음껏 한다. 그 덕분에 서 씨의 이동통신비는 한 달 약 5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줄었다. 서 씨는 “오는 전화는 원래 가지고 다니던 2G폰으로 받고, 급하지 않은 전화를 하거나 장시간 통화를 해야 할 때면 인터넷 무료통화를 한다”고 말했다.

서 씨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원리는 간단하다. 3G폰에서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면 통신회사 가입 유무에 상관없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2G폰으로 개인 인증번호를 받는다. 개인인증 번호를 3G폰에 입력하면 3G폰에서 인터넷 전화를 할 수 있다.

고등학생 강모 군(17)은 통신비를 아끼기 위해 2G폰과 공기계인 3G 스마트폰 외에도 와이브로(무선 광대역 인터넷) 신호를 잡아 주는 전용 단말기를 함께 가지고 다닌다. 2G폰은 전화를 받을 때만 이용한다. 공기계 3G폰은 전용 단말기를 통해 신호를 잡아서 무선인터넷용으로 사용한다. 무선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3G 스마트폰 요금제는 통신 3사 모두 3만4000원 선. 그리고 이 요금에 포함된 무선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가 많아 추가로 상당액을 더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강 군은 공기계 3G폰을 가지고 다니는 덕분에 1만 원 안팎인 2G폰 기본요금을 조금 넘는 액수만 통신비로 쓰고 있다.

지난달 4일 카카오톡 보이스톡 시범 서비스가 실시되면서 3G 휴대전화 공기계만 들고 다니며 무료로 통화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조금만 품을 팔면 통신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11일 통신 3사와 와이파이 존 공동 구축 사업을 끝내고 전국 공공장소 1000곳에 무료 와이파이 존을 개방함에 따라 공기계로 무료 통화를 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식으로 두 대의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주로 비싼 통신비용이 부담스러운 중·고교생이나 멀리 떨어진 가족과 오랫동안 통화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통신업계는 이용자들이 통신회사에 가입하지 않고 무료로 통화를 하는 것에 대해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내심 불만스러워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고 와이파이를 이미 개방한 상태에서 당장 회사 수익에 큰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국제적으로도 한국 통신비는 과도하게 책정된 편”이라며 “통신회사들이 해마다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요금을 하나도 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지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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