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스피드 경쟁, 이번엔 해변서 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 런던 올림픽-피서철 맞은 이통 3사 자존심 대결

SK텔레콤 직원들은 제7호 태풍 ‘카눈’이 한창이던 지난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샤워부스를 설치했다.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그만큼 이동통신사 간 LTE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동통신회사들이 LTE 세력 확장에 사운(社運)을 걸고 있다.

이들은 이번 여름휴가 성수기가 런던 올림픽(27일∼8월 12일) 기간과 겹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휴가지에서 LTE에 접속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국가대표팀의 활약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타깃이다.

올여름은 이동통신 3사가 LTE 전국망을 구축하며 “어디서든 LTE가 터진다”고 주장한 뒤 맞는 첫 시즌이다. 누가 과장광고를 했는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다음 달 18일까지 보령, 망상, 고래불, 변산, 광안리 등 전국 주요 해수욕장에서 ‘약한 물줄기’, ‘일반 물줄기’, ‘강력한 입체샤워’ 등 3단계로 구성한 샤워부스를 운영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강력한 입체샤워는 촘촘하고 강력한 SK텔레콤의 LTE 통신망을 뜻한다”고 말했다. 대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약한 물줄기는 경쟁회사의 LTE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다.

LG유플러스는 휴가지에서 LTE의 빠른 속도로 MP3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제공한다. 다음 달 26일까지 자사의 ‘MP3 스토어’ 앱(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댓글을 다는 고객에게 외식 상품권, 영화 예매권 등을 준다. KT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18∼31일, 8월 22∼25일 두 차례에 걸쳐 행사장에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쿠폰을 내려받은 이들에게 웨스틴조선부산호텔 숙박권, 해운대 시설이용권 등 경품을 제공한다.

휴가지 통신망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 통신망이 감당할 수 있는 접속자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여름휴가철에는 하루 평균 80만 명의 가입자가 수도권에서 휴가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가지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자가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것이다. 또 런던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기 위한 통신망 접속자 수가 평소보다 10%가량 늘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동해, 해운대 해수욕장 등에 임시 기지국을 서둘러 증설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동해안에 있는 50여 개 해수욕장에서 자체적으로 통화 품질 테스트를 끝내고 경부, 중부, 영동, 서해안 등 고속도로가 겹치는 관문지역과 영종도 등에 LTE 소형 기지국을 설치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수욕장에서 가입자들이 각사의 LTE 서비스를 서로 비교하기 때문에 LTE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질 수 있어 3분기(7∼9월) 신규 가입자 수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LTE#경쟁#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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