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도 줄였다… 반값 상품만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 지갑 닫는 주부들


LG생활건강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은 1분기(1∼3월)에 매출 925억 원, 영업이익 179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44% 늘었다. 전체 화장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만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는 ‘알뜰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립스틱 효과’ 뚜렷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4, 5월 화장품과 의복의 판매액지수(불변가격 기준)는 전년 동월 대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화장품 판매액지수는 4월 2.6%, 5월 0.2% 각각 하락했다. 이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로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09년 12월∼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의복 판매액지수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 4월(―3.0%)과 5월(―0.8%) 모두 줄었다. 의복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2개월간 연속 추락한 바 있다.

이처럼 화장품과 의류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중저가 제품들은 꾸준히 잘 팔리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립스틱처럼 작은 돈을 들이고도 분위기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제품이 잘 팔린다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저가 제품 선호 현상)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의류 분야에선 비교적 중저가인 자라와 H&M, 유니클로 같은 제조·유통일괄형(SPA) 수입 브랜드의 인기가 여전하다. SPA 브랜드가 유행에 민감한 20, 30대 고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주로 매장을 여는 서울 중구 명동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등의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 중에선 제일모직이 올해 초 의욕적으로 선보인 토종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매장을 연 지 88일 만에 매출액 100억 원을 넘어서며 선전하고 있다.

○ ‘반값 상품’만 인기

더페이스샵의 스밈 발효원액
더페이스샵의 스밈 발효원액
알뜰 소비의 확산 움직임은 대형마트를 찾는 주부들의 장바구니에서도 확인된다. 2분기(4∼6월) 이마트지수는 역대 최저인 92.0을 기록했다. 이마트지수는 476개 전 상품군의 분기별 소비 증감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수치다. 92.0은 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8% 감소했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 이마트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3월)의 94.8보다 2.8포인트 낮다. 4월부터 본격화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여파로 이마트 매출이 2%가량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당시보다 최근 소비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衣)생활지수 89.4, 식(食)생활지수 92.0, 주(住)생활지수 95.9, 문화생활지수 98.9 등 부문별 지수가 모두 100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화장품과 대형가전 등으로 품목이 다양해진 ‘반값 상품’을 찾는 소비자는 크게 늘었다. 46인치 미만 발광다이오드(LED) TV 지수가 303.4인 것을 비롯해 ‘반값 냉장고’라는 별명이 붙은 ‘양문형 냉장고 일반형’(494.9)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5배로 늘었다. 또 핸디청소기(127.5)와 소형선풍기(112.8)처럼 가격이 비교적 싸고 전력 소비가 적은 제품도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더페이스샵#반값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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