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시장은 25.7% 금리 대신 ―0.006%금리 택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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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사상 첫 ‘마이너스’ 발행

‘지금 1만1유로(약 1400만 원)를 주고 사서 6개월 뒤에 1만 유로만 받는 프랑스 채권(연리 ―0.006%)과 지금 1816유로를 주고 사서 10년 뒤에 1만 유로나 받을 수 있는 그리스 채권(연리 25.7%)이 있다. 당신은 어느 나라 채권을 사고 싶은가?’

재정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8년 1월만 해도 독일과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그리스가 0.32%가량만 더 높았다. 하지만 재정위기로 유럽 국가 간 국채 금리 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량 국가와 비우량 국가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

9일(현지 시간) 프랑스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했다. 프랑스 재무부 국고국은 이날 3개월물과 6개월물, 1년물 등 단기 국채 입찰을 통해 77억 유로를 조달했다. 이 중 39억2000만 유로어치의 3개월물이 ―0.005%, 19억9000만 유로어치의 6개월물이 ―0.006%의 금리로 발행된 것. 프랑스의 1년물 17억9000만 유로어치도 0.013%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 정부도 이날 6개월 만기 국채 33억 유로어치를 사상 최저 금리인 ―0.03%의 금리에 매각했다. 독일은 올해 1월 9일에도 6개월 만기 국채 39억 유로어치를 ―0.0122%에 발행한 바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유럽의 안전한 자산인 독일과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단기 국채에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반면 재정위기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고공으로 치솟았다.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금리는 7.06%로 마감하며 6월 18일 7.15% 이후 다시 7%대로 올라섰다.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6.11%로 6%대를 기록했다. 이날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5.7%였다.

프랑스 등 단기 국채에 자금이 몰리는 것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럽에서 충분한 정책 대응이 있었음에도 발행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점은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여전히 완화되지 않고 있어 안전자산에 몰리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는 상황이 좋지만 독일만큼 안전한 국가는 아니다”라며 “프랑스가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는 것은 안전자산 수요와 적절한 투자수익 욕구가 어우러져 발생한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국가 등급이 높으면서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영국이나 스위스의 국채는 더 인기다. 스위스의 국채는 현재 4년 만기 국채 금리도 9일 ―0.12%였다. 같은 날 영국의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제로’에 가까운 0.6%였다.

국제금융센터 금융시장실 윤인구 채권담당부장은 “프랑스 국채의 단기 금리 첫 마이너스 기록은 유럽이 추진하고 있는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재정위기국 국채 매입 계획이나 단일 금융감독기구 설립 등이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어서 당분간은 재정위기가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로존은 스페인 은행권에 이번 달 말까지 300억 유로 규모의 1차 구제금융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10일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말했다. 융커 의장은 9일 유로존 17개 회원국의 재무장관들이 9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유럽#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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