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 한국산업기술대 대학원생들이 유기화합물 증착장비로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하고 있다. 이 대학은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젊은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제공
1일 경기 시흥시 시화산업단지. 중심부에서 자동차로 10분을 달리자 우뚝 솟은 공장 굴뚝 사이로 한국산업기술대 건물이 보였다. 주변은 온통 공장과 기업연구소, 물류 트럭뿐이고 일반적인 대학 캠퍼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강의동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니 비즈니스호텔급 최신 숙박시설과 테라스가 눈길을 끌었다. 산업기술대 관계자는 “학교 안에 입주한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들을 초대해 이곳에 묵게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가산업단지 안에 4년제 정규대가 들어선 것은 산업기술대가 처음이다. 산업단지 입주기업들과 담 하나를 사이로 맞보고 있다 보니 이곳에서 대학과 기업 간 접촉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연구동 안에 있는 ‘IT 부품생산 시스템 엔지니어링 하우스’는 165m²(50평)짜리 방 안에 부품 중소기업인 옵토멕 연구원들과 교수, 학생 등 10여 명이 모여 개발 작업에 한창이었다. 석사 과정 대학원생인 최은수 씨(28)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원하는 니즈(요구)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어 개발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산학연이 밀착된 시스템 덕분에 매년 산업기술대 졸업생(5500여 명)의 30%가 인근 반월·시화산업단지 내 입주기업으로 취업하고 있다. 실무 기술로 무장한 ‘젊은 피’가 꾸준히 산업단지로 공급되는 것이다. 학부 때부터 수년간 입주기업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이들에 대한 기업의 고용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과거 시화호 오염으로 3D 이미지가 강했던 반월·시화산업단지가 청년취업의 허브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단순히 물건만 찍어내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교육과 주거, 문화를 아우르는 ‘삶의 질’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니 고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업 공동화로 애를 먹고 있는 지방 산업단지와 달리 반월·시화산업단지는 고용규모가 2007년 17만1592명에서 지난해 23만4469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오염산업으로 각인된 전통 뿌리산업에 친환경적 자동화 생산시설이 속속 들어서는 것도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뿌리산업이란 도금, 주조, 용접, 금형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가공업을 말한다. 이 중 도금은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에 젊은층이 특히 기피한다.
그러나 이날 찾은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내 청정표면처리센터는 장갑이나 마스크를 낀 직원이 한 명도 없어 안내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도금공장에 와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공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밀폐된 금속설비가 도금공정을 진행하면서 가스를 자동으로 걸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도금업체 6곳이 총 459억 원을 투입했으며 마지막 여섯 번째 공장이 다음 달 준공될 예정이다. 에코드림 류한석 대표는 “깨끗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보니 다른 도금공장에 비해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10년 이상 낮을 정도로 젊은이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과 교육, 문화 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지하철역에서 공단 안으로 연결되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출퇴근 때마다 홍역을 앓았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입주기업 곳곳을 연결하는 ‘공용 통근버스’를 지난달 11일부터 운행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변종립 지역경제정책관은 “산업단지 안에 어린이집을 비롯한 각종 문화시설을 확충해 젊은 근로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