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시작은 ‘작은 문제의식’, 끝은 위대한 기업 창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안 깨지는 (화장품) 뚜껑을 만들 수 없을까….”

―구인회 LG그룹 창업자

포목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1907∼1969)가 크게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화장품 ‘럭키 크림’ 덕분이었다.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구를 일찍이 간파한 구 회장은 락희화학공업사를 차려 광복 직후인 1947년 1월부터 크림 생산을 시작했다. 먹을 것조차 귀한 시절이었지만 이 크림은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갈 만큼 잘 팔렸다. 품질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던 덕분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크림 통의 뚜껑이 잘 깨진다는 점이었다. 품질은 훌륭했지만 겉포장 때문에 평판이 떨어졌다. 구 회장은 ‘안 깨지는 뚜껑’을 입버릇처럼 되뇌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구 회장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뚜껑을 보게 됐다.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합성수지였다. 구 회장은 무릎을 쳤고 곧바로 플라스틱 생산에 사활을 걸었다. 6·25전쟁이 한창인 어수선한 1951년이었지만 구 회장은 전 재산 3억 원을 다 투자할 만큼 집념이 강했다. 결국 1952년 구 회장은 플라스틱 생산에 성공하고 크림 통 뚜껑뿐 아니라 비눗갑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렸고 이때부터 LG그룹의 얼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깨지지 않는 뚜껑을 만들어 보겠다는 작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구 회장의 집념이 전쟁 통에도 국내에 플라스틱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듯이 성공한 사업 중에는 사소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예가 많다. 미국 DVD 대여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DVD 대여 연체료를 내지 않을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헬스클럽처럼 월정액 사용료를 내고 가고 싶을 때 가고 가기 싫을 때 가지 않듯이 원하는 때에 반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그가 이 모델을 기반으로 창업한 넷플릭스는 대성공했다. 필터 없는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의 종이 필터를 교체하다 날리는 먼지에 짜증이 났다. 필터가 없는 청소기를 만들기로 작정한 그는 시제품 5000여 개를 만드는 시행착오 끝에 결국 필터 없는 진공청소기를 내놓았다.

이 사례들은 모두 작은 문제의식이 위대한 기업 창업의 원동력이 됐음을 보여준다. 구 회장이 럭키 크림 자체의 품질만 믿고 깨지는 크림 통 뚜껑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LG그룹은 지금과 달라졌을 수도 있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6호(2012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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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디자인 집중 분석

▼ Special Report


과거 소비자들은 구매를 한 후에 제품에 대해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의 사용 경험을 사전에 검색하고 나서 지갑을 연다. 소비자보다 사용자라는 개념이 더 적합해진 시대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이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한 기업들은 고객 경험에 관심을 갖고 이를 면밀히 분석해 혁신적인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DBR가 고객 경험의 이론적 배경과 실질적 적용방법에 초점을 맞춰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술적 통찰력의 놀라운 성과

▼ Harvard Business Review


어린이 환자는 병원 검사실 입구에서 ‘수중 세계’나 ‘자연’ 등의 테마를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센서가 장착된 인형을 받는다. 이 어린이가 검사실에 들어서면 곰인형 센서가 신호를 보내게 되고 선택한 테마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간호사는 바닷속 깊이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잠수하는 동안 숨을 참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런 경험을 한 어린이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할 때 숨을 훨씬 더 잘 참고 정서적 안정을 유지했다. 이 방식을 활용했더니 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진정제 투약 비율이 30∼40% 줄어들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놀라운 성과를 얻는 ‘기술적 통찰력’의 생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DBR#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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