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넘기면 곧바로 3000만원 대출” 이런 문자는 무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5일 20시 51분


코멘트
'연 12.5%의 금리로 1200만 원까지 대출 가능.'

이달 초 자금이 부족해 애를 먹던 사업가 안 모 씨(54)는 때마침 이런 문자를 받았다. 은행이자보다는 높지만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같이 최고 연 30%에 육박하는 이자보다 훨씬 싸다는 생각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는 "보증 설 사람이 없다면 신용보증기금에 30만 원을 입금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며 "우리한테 직접 주면 바로 처리해주겠다"고 꼬드겼다. 안 씨는 30만 원을 입금했다.

잠시 후 상담사는 다시 전화를 걸어 "대출금의 7%(84만 원)를 먼저 입금하면 대출금과 함께 돌려주겠다"고 했다. 상담사는 30분 뒤에 또 전화를 해 "신용상태가 좋지 않으니 변제능력을 확인해야 한다"며 180만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이 상담사는 잠시 뒤 "전산에 문제가 생겼다"며 80만 원을 또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안 씨는 상담사의 지시대로 총 500여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대출금은 들어오지 않았다. 경찰 추적 결과, 안 씨에게 걸려온 전화는 노숙자 명의의 '대포폰'이었고 사기를 친 일당은 잠적해 찾을 수 없었다.

안 씨는 한국대부금융협회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대포폰 이용한 대출사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주최한 서민금융포럼에 참석해 자신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여기서 대출사기란 대출을 핑계로 각종 명목의 선(先)입금을 요구한 뒤 잠적하는 범죄를 말한다. 그는 "그럴 듯한 이유로 선입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나와 지인들 전화번호가 공짜로 팔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도 지난달 말 연 9.2%의 금리로 3000만 원까지 빌려준다는 문자메시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담사가 "아이폰 2대를 개통해서 넘기면 대출이 바로 된다"고 해 아이폰 2대를 보냈다. 그러나 "신청자가 너무 많다"거나 "조금만 더 기다려라", "한 대 더 개통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대출금을 입금하지 않았다. 박 씨는 총 4대를 보내줬지만 상담사는 잠적했고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박 씨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아이폰 기계값을 부담해야 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대출사기에 이용되는 수단은 휴대전화가 전체의 64%로 가장 많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담재 대부협회 소비자민원센터장은 "대출사기에 이용된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즉시 정지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포폰의 생성, 유통, 사용행위에 맞는 단계별 규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고,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포폰 이용자 및 공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