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관 1시장, 전통시장 가는 날]<1> IBK기업은행-서울중앙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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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중소상공인 돕는 은행… 상부상조로 함께 성장합시다”

“상생의 시대를 함께 열어갑시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9일 서울 중구 황학동 409번지 서울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상생의 시대를 함께 열어갑시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9일 서울 중구 황학동 409번지 서울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모두들 ‘전통시장’의 위기를 말한다. 한편에선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시장의 급성장을 원인으로 꼽고, 다른 한편에선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 저하를 얘기한다. 확실한 것은 전통시장이 서민경제와 지역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지자체들이 변화를 모색했다. 전통시장의 화장실이 정비됐고 공용주차장이 생겼으며 상품권 사용과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해졌다. 이제 정부를 넘어 민간영역에서 혁신의 기운을 전통시장에 전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동아일보는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과 함께 전통시장과 공존(共存)을 모색하는 기업과 기관을 집중 조명한다. 많은 기업들의 동참이 요구된다. 》
“상부상조 정신으로 함께 성장하겠다.”

“우리가 바로 중소상공인을 돕고자 만들어진 은행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고요…. 절대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제가 책임지고 약속하겠습니다.”

9일 IBK기업은행 조준희 행장(57)은 서울 중구 황학동 409 서울중앙시장을 방문해 자매결연을 하며 전통시장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시장을 방문한 기업은행 임직원 30여 명은 무릎담요 1000여 장을 상인들에게 나눠주고 즉석에서 1000만 원어치를 구입해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이 밖에도 기업은행은 행사 직전에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상품권 23억 원어치를 구매하기도 했다.

조 행장은 “저도 32년 전 청계5가 방산시장점 행원으로 시작해 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은행의 특성을 활용해 시장 상인에게 실질적 보탬이 되는 ‘1기관 1시장’ 교류를 펼쳐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은행의 설립 취지에 걸맞게 지역본부별로 꾸준하게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펼쳐 왔다. 서울 강동본부는 둔촌시장을, 강서본부는 방화동 방신시장을 지원하는 식이다. 이번에 동아일보-중소기업청·시장경영진흥원 ‘1기관-1시장’ 캠페인의 첫 주자로 은행본부가 직접 서울중앙시장과 자매결연을 하고 본격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앙시장 입구에는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은행 성동지점이 자리하고 있다.

동대문시장과 인접한 서울중앙시장은 한때는 남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전통시장으로 꼽혔지만 1990년대 이후 도심공동화와 대형유통업체의 공세로 극심한 정체를 겪다가 최근 상인회의 적극적인 의지로 부활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박정원 중앙시장 상인회장(58)은 “기업은행의 전통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감사한다”면서 “시장 현대화는 물론이고 상인들의 현대식 마케팅 기법이나 복잡한 부동산 등기 정리 등 도움을 받을 부분이 많다”고 자매결연의 실질적 혜택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조 행장은 “접근이 쉬운 온누리상품권 구입으로 시작했지만 차근차근 상부상조가 가능한 사안을 개발하겠다”며 “부동산은 물론이고 세무회계에서 대출 문제까지 은행이 보유한 전문가 집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행은 중앙시장에 IBK미소금융 지부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IBK미소금융재단은 2009년부터 총 300억 원의 출연금을 통해 영세사업자와 저소득층을 지원해 왔다. 특히 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개 지부 모두를 전통시장 인근에 개설했으며, 은행계 미소금융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전통시장 상인에게 지원했다.

이날 기업은행 임직원들은 중앙시장 곳곳을 돌며 시설의 미비점을 확인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확인하는 등 지속적인 거래 활성화 방안 모색에 분주했다. 기업은행은 아예 전통시장과의 자매결연을 전 지점으로 확대해 본격적인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벌일 계획이다.

최재석 IBK사회공헌팀장은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매출 증대이기 때문에 은행본부 차원의 명절 선물 등의 대량 구매는 중앙시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매년 당기순이익의 3% 이상을 사회공헌사업비로 사용하는 등 국책은행의 공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깜짝 방문을 받은 시장 상인들은 “우리도 수십 년간 시장 안에 있는 기업은행을 이용해 왔는데 애정이 보다 깊어졌다”면서 “앞으로도 기업은행에서 금융거래를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며 기뻐했다.
■ 서울중앙시장
600여 가게 밀집 서울 대표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성공하며 방문객 증가세


“여기가 진짜 서울의 재래(在來)시장이죠. 여기서 못 구하면 서울에 없는 거예요.”

서울 동대문시장과 이웃하고 황학동, 왕십리와 인접한 중앙시장의 역사는 생각만큼 길지 않다. 1950년 6·25전쟁 직후 미곡상을 중심으로 집결한 ‘신당시장’이 모체로 불과 60년 정도다.

그럼에도 중앙시장 상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서울 중심부에서 저렴하고 풍성한 상품이 유통되는 데다 사대문 안의 유서 깊은 시장들이 너무 빠르게 겉모습을 바꾼 탓이다. 실제 중앙시장 인근에는 황학동 주방거리와 가구시장 영미상가 등 10여 개의 전통시장이 오밀조밀 군락을 이루며 ‘서울에서 가장 전통시장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1만6000여 m²(약 5000평)에 이르는 널찍한 중앙시장에서는 양곡 미곡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물론이고 닭과 돼지고기 등 거의 모든 식자재가 유통된다. 보리밥 골목과 지하 횟집 골목은 직장인들에게도 경제적인 맛집으로 인기다. 전통의 포목상도 있다.

박정원 상인회장은 “이미 1962년 사단법인 상인회를 만들었고 1980년대 초 1000여 개의 상점에 손님들이 줄서서 입장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면서 “이제는 600여 개 가게로 줄었지만 중앙시장의 장점은 건재하다”고 말한다.

상인회 사무실에서는 “소비자 욕구 파악”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등의 구호 아래 상인들의 의식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꾸준하게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2010년부터 극적으로 매출액과 방문객 증가를 이뤄냈다. 농수축산물 원산지표시 모범시장으로 선정돼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려는 노력도 인상적이다.

서울 중앙시장은 지하철 2호선과 6호선 신당역에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좋다. 시장 지하공간에는 서울시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입주해 젊은이들의 왕래도 잦다. 하지만 부동산 값이 비싼 탓에 일찍이 공영주차장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운 대목. 그 대신 시내 중심부 전통시장 특징을 적극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삼겠다는 각오다.
■ 시장경영진흥원
국내유일 전통시장전문지원기관


시장경영진흥원(www.sijang.or.kr)은 중기청 산하 국내 유일의 전통시장 전문지원기관으로 전통시장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2005년 설립됐다. 시경원은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정책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홍보 등의 상인교육과 함께 상권(商圈)활성화를 위한 컨설팅도 진행한다. 올 한해 동아일보와 함께 ‘1기관 1시장’ 캠페인을 함께 펼쳐나갈 계획이다. 기업의 참가 문의 02-2174-4412.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전통시장#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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