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앱 따라하기론 글로벌기업 성장 어렵다”

동아일보

모바일 시장 적극 공세… “아이디어 부족” 평가

NHN이 카카오톡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라인’(위쪽) 앱이 18일 가입자 3000만 명을 넘었고 라인과 연동되는 ‘네이버 카메라’(오른쪽)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거대 포털이 영세 벤처가 만든 앱을 따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모바일 시장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NHN의 ‘모바일 다걸기’는 스마트폰 무선 인터넷 검색 시장의 영향력이 유선 인터넷만 못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창의적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다른 기업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HN은 18일까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63개의 앱을 내놓았다. 수는 많지만 이 중 상당수는 NHN이 유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하나로 묶어 서비스하던 것을 네이버웹툰(만화), 네이버뮤직(음악) 식으로 쪼개놓은 것이다.

최근에는 중소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로 인기를 끈 앱과 유사한 앱을 선보인 뒤 마케팅에 돈을 쏟아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앱을 유통시키고 있다. NHN은 지난해 2월 무료 문자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을 견제하기 위해 ‘네이버 톡’을 출시했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자 같은 해 6월 다시 후속작인 ‘라인’을 출시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앱 개발사들과 달리 전 국민이 사용하는 네이버 홈페이지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면서 라인은 최근 다운로드 횟수가 3000만 건을 넘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앱은 아이디어 싸움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보호받는 게 어렵다”면서 “NHN이 우리와 유사한 앱을 만든다는 소문이 들리면 사업 확장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HN의 ‘미투(me too·따라하기)’ 전략으로 작은 기업들의 노력이 보상받기 힘들어진다는 불만이었다.

NHN도 구글이나 애플처럼 중소 개발사의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유통하는 통로) 사업을 하고 있다. 2010년 애플 앱스토어 같은 ‘네이버 소셜 앱스’를 내놓았으나 사업이 안 되자 올해 2월 이를 게임 앱 전문 유통 채널인 ‘네이버 소셜 게임’이란 서비스로 바꿨다. 하지만 지금까지 올라온 앱은 200여 개에 불과하고, 가장 많은 다운로드 건수를 기록한 앱도 25만 건을 조금 넘는다.

최근에는 NHN이 모바일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지 못하는 데 답답함을 느껴 벤처업체로 이직하는 개발자도 늘었다. 지난해 카카오톡이 뽑은 경력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20%는 NHN 출신이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유선 분야의 지배력을 모바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NHN의 사업방식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미투’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