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2주년/다시 뛰는 금융리더]강요 아닌 ‘진정성 마케팅’… 고객도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0일 14시 43분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은 일회성 영업활동을 없애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조 행장이 지난해 4월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는 모습. IBK기업은행 제공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은 일회성 영업활동을 없애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 조 행장이 지난해 4월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는 모습. IBK기업은행 제공
올해로 창립 51주년을 맞는 IBK기업은행이 품고 있는 오랜 걸림돌은 ‘기업은행은 기업만을 위한 은행’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2007년 은행 이름을 중소기업은행에서 IBK기업은행으로 바꾼 것도 시중은행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기업은행의 해묵은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있는 사람이 방송인 송해 씨다.

“IBK 홍보대사 송해입니다. IBK기업은행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아직도 기업은행을 기업만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이 아닌데 참 안타깝습니다. 국민 여러분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송 씨가 등장하는 이 광고가 나간 뒤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 줄 처음 알았다”며 기업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IBK기업은행 측은 밝혔다. 다른 금융그룹이 젊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을 기용하는 것과 반대로 나이 지긋한 ‘국민 MC’를 기용한 게 주효한 것으로 광고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역발상 아이디어는 조준희 행장이 냈다.

조준희 행장
조준희 행장
조 행장은 신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기업은행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12월 취임한 조 행장은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때가 되면 하는 캠페인, 프로모션 등 1회성 영업활동을 지난해 모두 없앴다. 그는 “직원들이 캠페인 기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가면서 가입을 권유한 신용카드는 받자마자 잘라버리는 게 반 이상”이라며 “고객과 직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영업 대신 직원이 스스로 움직이는 영업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 스스로 마케팅 활동에 나서면서 지난해 개인고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조 행장은 지난달 전국 지점장들이 모인 전국영업점장 회의에서 “단기 성과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고졸 행원 100명을 모집하면서 이 중 30여 명은 남자 직원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이 남자 고졸 사원을 공채로 뽑는 것은 1991년 172명을 뽑은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조 행장은 중동 공략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4박 5일 동안 중동 각국의 투자청과 아부다비국립은행(NBAD) 등을 방문했다. 외화 조달창구 다변화와 함께 국내 중소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조 행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축기견초(築基堅礎)를 내세웠다. ‘집 지을 때 터를 굳게 다지지 않기 때문에 단청이 채 마르기도 전에 주추가 먼저 내려앉는 것’이라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는 집을 짓듯이 기업은행의 토대를 단단하게 다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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