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확실한 날씨와 경기의 영향으로 유통 및 패션업체들이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패션의 경우 2010년 말 현재 상품재고 자산이 1102억39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 말 현재 두 배로 뛰기도 했다. 매장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지만 경기 부진이 재고 부담을 늘리고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날씨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따뜻한 날씨로 패딩 판매량이 부진해 최근 아웃도어 업체들은 할인행사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들은 꽃샘추위로 안 팔린 봄 신상품을 제값에 팔 수 있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 올해 봄 정기세일을 전년도보다 일주일 늦췄다. 백화점 관계자는 “예년대로라면 30일 세일을 시작해야 하지만 올해는 4월 6일로 미뤘다”며 “3월 넷째 주부터 날씨가 따뜻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날씨와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주요 패션 업체들은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 쌓이는 재고를 사회공헌활동과 연계하거나 과학적으로 날씨 리스크를 예측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최근 ‘경기의 지표’인 신사복 재고가 쌓이자 해결 방안을 찾던 중 사회공헌과 연계하기로 했다. 신사복은 원단을 큼직하게 잘라 쓰기 때문에 이를 뜯어 새 옷으로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을 다시 뜯는 과정은 장애인 단체와 연계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로 했다. ▶ 본보 22일자 B6면 재고로 만든 새 옷, ‘착한 소비’ 돌풍 일으킬까
방성운 제일모직 빈폴멘즈 과장은 2010년 회사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된 ‘날씨 태스크포스(TF)’의 팀원이었다. 날씨가 매출에 언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날씨 리스크’를 숫자로 계산하고 해결책을 내놓기 위한 팀이었다. 방 과장은 “분석 결과 4월 말∼5월 초와 11월 말∼12월 초 판매가 날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이때를 놓치면 전체 시즌 판매량이 흔들리는 결정적 순간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초겨울이 추워야 세일 전 정상 가격으로 많이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시기에 판매를 놓치면 30%까지 매출이 하락할 수 있고, 재고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것. 곤혹스럽게도 지난해 12월은 평년보다 따뜻했다. 방 과장은 “날씨 예측을 보고 ‘이번 장사 망했다’고 괴로워하다 ‘세트’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패딩 점퍼를 얇게 만들고 여기에 덧입을 수 있는 바람막이 점퍼를 함께 만들었더니 비축해둔 원자재를 총동원해 1만 장 ‘완판’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재고 부담을 더는 제일 좋은 방법은 수요예측을 잘해서 모두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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