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블렌더 히슬롭 씨 “한국의 폭탄주, 매우 독특한 음주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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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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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40년산 홍보차 방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글로벌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의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 씨(사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각과 후각을 지닌 사람이다. 수십 종류의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 원액을 섞어 만드는 발렌타인이 한결같은 맛과 향을 낼 수 있도록 배합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발렌타인 40년산의 홍보를 위해 방한한 히슬롭 씨는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기자와 만나 “마스터 블렌더가 되려면 뛰어난 후각과 미각, 그리고 각각 다른 냄새와 맛을 기억하는 능력을 지녀야 하며 이를 정확하게 말로 설명하고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평일에는 매운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애프터셰이브나 향수도 쓰지 않는다”며 “신체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주 2, 3차례 수영을 하며 건강 관리도 한다”고 덧붙였다.

히슬롭 씨의 일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발렌타인 본사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인 ‘샘플 룸(위스키를 배합하는 곳)’에서 다양한 술의 향과 맛을 보는 것이다. 그는 “하루에 200∼450가지 위스키의 향을 맡는다”고 말했다.

그는 1병에 800만 원인 발렌타인 40년산의 판매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에 “40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치며 80% 이상을 ‘천사가 마시고(goes to angel·증발한다는 뜻)’ 남은 귀한 위스키 원액으로 만든 제품”이라며 “연간 100병 한정 생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판매가의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히슬롭 씨는 주말에도 아내에게 “숙제를 해야 한다”며 친구들과 술을 즐기는 애주가다. 그는 평소 일을 할 때는 발렌타인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물을 타서 마신다고 밝혔다.

그는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는 위스키는 그냥 마시면 향이 ‘닫혀’ 있지만, 물을 섞어 희석하면 닫혀 있던 향기가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발렌타인 17년산이나 21년산의 경우에는 통상 위스키와 물을 반반씩 섞어 마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폭탄주’ 문화도 경험해 보았다는 히슬롭 씨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단번에 친구가 될 수 있는 독특한 음주 문화”라며 호감을 표시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위스키#발렌타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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