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한미 FTA 발효 첫날, 인천공항-부산세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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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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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수입1호는 ‘플라스틱 호스’… 관세 8%→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15일 세관 직원들이 부산 동영골드프라자 냉동창고 2층 하역장에서 미국산 냉동 넙치류를 검사하고 있다(왼쪽). ‘한미 FTA 관세혜택 1호’인 타이어 균일성 검사장비 부품 플라스틱 호스(위쪽).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마이크로포이즈 메져먼트시스템스코리아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15일 세관 직원들이 부산 동영골드프라자 냉동창고 2층 하역장에서 미국산 냉동 넙치류를 검사하고 있다(왼쪽). ‘한미 FTA 관세혜택 1호’인 타이어 균일성 검사장비 부품 플라스틱 호스(위쪽).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마이크로포이즈 메져먼트시스템스코리아 제공
15일 오전 7시 39분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항공기 1대가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KE232’편 화물기는 항공과 해운을 통틀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시점인 이날 0시 이후 처음으로 미국산 화물을 한국 땅에 들여왔다.

화물기 엔진이 꺼지자 대기하던 직원들이 재빨리 화물을 내리기 시작했다. ‘팰릿’으로 불리는 판자 위에 쌓인 수십 개의 박스가 비닐과 그물에 싸인 채 고정된 화물 80t이 실려 있었다. 대부분 미국산 기계류, 전자제품류, 섬유류, 의약품류였다. 이렇게 태평양을 건너온 스웨터와 아스피린은 종전에는 32%, 6.5%의 관세가 붙었지만 이날부터 무관세로 바뀌었다.

그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화물기는 일주일에 64회를 운항했지만 앞으로 양국의 교역이 늘면서 운항횟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한공 고객서비스팀 오상우 씨는 “항공편으로는 보통 자동차부품과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고 의약품 의류 등의 품목을 많이 수입한다”며 “한미 FTA 발효로 수출화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20분. 보세구역인 부산 서구 암남동 동영골드프라자 냉동창고 2층 하역장에서는 미국에서 수입한 냉동 넙치류에 대한 출장 수입물품 검사가 시작됐다. 검사 품목은 한미 FTA 발효 이후 수산물로는 국내에서 처음 통관절차를 밟은 넙치류 100t. 하루 차이로 10% 관세가 사라졌다. 냉동 넙치류는 저율관세할당(TRQ)물량이 적용돼 올해 1년간 1530t까지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세관에서는 서류 확인 절차와 하루 작업량 배분 등 기본 업무를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 출장 검사에 나섰다. 먼저 입항일, 화물관리, 수량, 수하인 등 수입화물 품목카드와 원산지 ‘MADE IN USA’를 확인했다. 식품위생법상 소비자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표시한 상표도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 이어 포장지를 뜯어 내용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무작위로 3곳을 찍어 넙치류 3마리를 시료로 채취했다. 세관 검사팀은 30여 분간 수입물품검사를 끝낸 뒤 인근 아시아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똑같은 수입품 221t를 검사하기 위해 이동했다. 오후 5시경 세관으로 복귀한 이들은 결재라인을 거쳐 오후 6시경 수입신고수리 필증을 관세청 전산망에 올렸다.

이날 동영창고에서 수입검사를 마친 넙치류는 B업체가 지난달 21일 부산항을 통해 들여온 뒤 같은 달 25일부터 보관해 온 것. B사 대표 장성호 씨(39)는 “한미 FTA 발효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회사로서는 1500여만 원의 혜택을 입었다”며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싼 가격에 넙치를 공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인천공항과 부산항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지역 세관과 FTA활용센터들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경남 창원시 ‘경남지역 FTA활용지원센터’에서 ‘FTA활용 관련 간담회’를 열고 “지자체, 세관, FTA활용센터 등 모든 FTA지원기관이 중소기업의 FTA활용을 밀착 지원하고 중소기업도 FTA활용에 관심을 갖고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관세청은 이날 0시 이후 통관된 물품을 집계한 결과, 한미 FTA의 관세혜택을 받은 최초 수입물품은 ‘플라스틱 호스’라고 밝혔다. 산업용 기계를 다루는 ‘마이크로포이즈 메져먼트시스템스코리아’사가 인천공항세관을 통해 들여온 이 제품은 이날 오전 5시 22분에 전산으로 신고됐으며 6시 56분 신고가 수리됐다. 가격이 197달러(약 22만 원)인 이 제품의 관세는 종전 세율 8%에서 0%로 면세돼, 한미 FTA 적용 첫 품목으로 기록됐다.

인천=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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