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하나금융 심부름은 OK… 경영 관여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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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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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앞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고별회견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차기 경영진을 위해 조언자나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차기 경영진을 위해 조언자나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하나금융지주의 모태가 된 한국투자금융부터 참여한 사람이기 때문에 ‘김승유’란 이름을 하나금융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겠죠. 요청이 온다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지만 경영에 직접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달 말 주주총회 때 퇴임하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2일 47년간의 금융인 인생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회장은 1965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계에 입문해 1971년 한국투금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하나은행장(1997∼2005년), 하나금융 회장(2005∼2012년)을 지내며 한국 금융계에선 보기 드물게 15년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켰다.

김 회장은 한국 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 금융산업이 한 계단 업그레이드됐지만 그 다음에 ‘사람을 어떻게 길러야 하느냐’라는, 정말 시간이 걸리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은행과 비(非)은행 부문 양쪽의 지식은 물론이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야 합니다.”

그는 평소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조직이 아닌 사람(직원)을 보고 인수했다”고 말해 왔다. 사람을 키우는 것 다음으로는 미래를 읽는 눈이 중요하다며 “확률적으로 남보다 1%라도 더 미래를 읽는 눈이 생긴다면 그게 바로 금융회사의 경쟁력”이라며 금융인의 선견지명을 강조했다. 인수합병(M&A)이 필요 없을 만큼 모든 걸 갖추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할 기회가 다시 온다고 해도 외환을 선택하겠다고 할 만큼 그의 외환은행에 대한 애착은 컸다.

개인적인 소회도 털어놨다. “다른 은행들이 여신을 회수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회생할 것으로 믿어준 기업이 다시 살아났을 때 금융인으로서 최고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주 친한 친구가 경영하는 기업의 여신을 어쩔 수 없이 회수해 부도가 났을 때는 한 달 이상 잠을 못 잘 정도로 금융인의 비애를 느꼈어요.”

김 회장은 2010년 11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할 때 ‘물러날 때가 됐다’고 속으로 생각했고 지금까지 그 생각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을 명실상부한 4대 금융지주사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회장은 퇴임 이후의 계획과 관련해 “일단 쉬고 싶다”고만 했다. 다만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와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할 계획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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