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리포트]‘하얀국물 경쟁’ 2R… 농심 vs 삼양식품

  • 동아일보

농심 “바닥 찍었어!” 삼양 “상승세 탔어!”

하얀 국물 바람은 매서웠다. 빨간 국물들 사이에 도전장을 내민 ‘나가사끼 짬뽕’은 단번에 라면 시장의 트렌드 리더로 부상했다. 상승세는 주식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나가사끼 짬뽕 바람을 타고 삼양식품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농심은 ‘라면계의 아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1라운드는 단연 삼양식품의 승리. 전문가들은 향후 라면시장이 빨간 국물과 하얀 국물로 양분될 것이며 특히 하얀 국물이 참살이(웰빙)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아 라면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한다.

○ 삼양식품, 하얀 라면 트렌드는 지속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신제품인 나가사끼 짬뽕을 내놓아 라면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이전 라면은 얼큰한 맛, 빨간 국물, 쇠고기 맛이 주류였으나 나가사끼 짬뽕을 계기로 얼큰한 맛, 맑은 국물, 돼지고기 맛이 새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양식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13%로 67%인 농심에 크게 뒤졌으나 4분기에는 나가사끼 짬뽕의 활약에 따라 점유율이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주가도 비상했다.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해 1만5000∼3만 원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해 말 나가사끼 짬뽕의 흥행으로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12월 초 5만 원대를 가뿐히 돌파했다. 그러나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인 뒤 몇 차례에 걸쳐 주식을 매각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현재는 차익매물에 주가가 밀려 3만 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가사끼 짬뽕의 흥행이 계속되는 데다 후속 신제품도 나와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나가사끼 짬뽕 라인은 주야로 가동되고 주말에도 운영 중이며 재고가 없을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면서 “생산라인 증설이 2월 말 완료되면 나가사끼 짬뽕의 생산 규모는 월 2100만 개에서 2600만 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반기 1, 2개의 후속 신상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농심, 이제 저점은 찍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최악의 시기’를 보낸 농심을 더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농심 주가는 유럽 재정위기에 22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잠깐 회복세를 보였지만 하얀 국물 라면 돌풍으로 실적 악화가 전망되면서 한동안 23만 원 전후에서 옆걸음 했다. 실제로 농심의 4분기 영업이익은 57.1%나 감소했다. ‘하얀 국물’에 밀려 점유율이 떨어지고 원가 부담이 지속된 탓이다.

하지만 농심이 최악의 시기를 지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신제품 ‘후루룩 칼국수’가 인기를 끌고 올해 10개 이상의 신제품이 나오면 점유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고전했지만 제품 개발력과 유통 능력에서는 아직 농심의 아성을 넘보기 힘든 이점도 있다. 주가도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최근 상승 무드를 보이며 27일 종가 기준 24만9000원까지 올라왔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유율이 2분기부터 반등하고 가격 인상, 고가 라면시장 확대에 따라 라면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적이 바닥을 확인했다고 판단하며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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