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개편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고세율을 현재 35%에서 28%로 내리는 대신 대기업과 보험사 및 투자회사 등이 절세수단으로 활용한 각종 세금우대 조치는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세금을 매기지 않았던 외국에 거점을 둔 자회사의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다시 불러오겠다는 취지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인세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현행 기업세제 시스템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적합하지 않다”며 “미국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복원하고 세금이 로비스트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의 큰 뼈대는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7%포인트 낮춰 제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정유회사와 가스회사 보험사 및 투자회사 등에 대한 절세 수단을 없애 법인세 인하에 따른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헤지펀드 매니저와 사모(私募)펀드 임원 등에게 주어지던 세금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다만 연구개발(R&D) 투자와 제조업, 재생에너지 분야의 세금우대 조치는 폐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번 개편안이 단행될 경우 법인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 동안 2500억 달러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된다고 가이트너 장관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현행 기업 세제시스템은 낡았고 공정하지도 못하다”며 “일자리를 외국으로 옮기는 회사에 세금 혜택이 있었던 반면 미국에 남아 있는 기업에는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세율을 매겨 왔다”며 법인세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당에선 세금우대 조치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인세도 더 내릴 것을 주장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공화당 내 강력한 대선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기업에 수천억 달러의 추가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도 제조업 법인세는 아예 없애고 비제조업의 경우 17.5%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미 언론들은 통상 선거가 있는 해엔 의회에서 중요한 입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관례에 비춰 오바마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이번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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