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한류’ 러-중동-남미까지 매혹시키다

  • 동아일보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있는 선웨이 화장품 매장에서 러시아 여성이 국내 브랜드 보브(VOV)의 색조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있는 선웨이 화장품 매장에서 러시아 여성이 국내 브랜드 보브(VOV)의 색조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LG생활건강 제공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있는 선웨이 화장품 매장에는 국내 색조화장품 보브의 ‘퓨어 리퀴드 파운데이션’이 25호까지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 파운데이션이 보통 3호까지 출시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다양한 편이다.

보브는 유럽계부터 아시아계까지 피부색이 천차만별인 러시아 여성의 피부톤을 겨냥한 ‘색상 마케팅’을 펼쳤다. 아이섀도도 한국보다 10배가량 많은 100여 종을 출시했다. 그 결과 1998년 러시아 진출한 보브는 현재 10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출도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 주변국에서 시작된 한국발(發) ‘뷰티 한류’가 남미 중동 동유럽 등 제3세계 국가로 뻗어가고 있다.

애경의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는 지난해 ‘미스 파라과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모델 과달루페 곤살레스(21)를 남미지역 전속모델로 발탁하고 남미 시장에 본격 진출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케라시스가 현지 모델까지 기용하고 브라질 및 파라과이 시장을 중심으로 한 남미 공략에 나선 것은 광고 등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지난 4년간 연평균 40%가량 매출이 성장하는 등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 애경 관계자는 “2007년 파라과이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바이어가 미국 시장으로 수출된 케라시스 일부 제품을 들여가 판매했는데 주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까지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코리아나는 전체 수출 규모에서 10%를 차지했던 이란 시장을 올해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제까지 이란 시장은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한국 화장품 회사들엔 넘기 힘든 장벽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동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한국 화장품=값싸고 질 좋은 상품’이란 이미지가 확산되자 사정은 달라졌다. 해외사업팀 장선준 과장은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있으면 땀이 차기 때문에 피부 화장보다 눈이나 입술 위주로 색조화장을 좋아한다”며 “이러한 현지 문화를 읽어 색조화장품 브랜드인 ‘엔시아’와 ‘텐세컨즈’를 적극적으로 판매했다”고 말했다.

애경이 특히 헤어 제품을 남미 지역에 도입한 것도 손상모발 관리에 대한 이 지역 여성들의 욕구를 읽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곱슬머리인 이들은 평소 일명 ‘고데기’ 등 열기구로 머리를 펴는데 이 과정에서 모발 손상이 심해진다는 것. 케라시스가 손상모발을 위한 헤어클리닉 시스템을 표방하다 보니 ‘타깃 마케팅’에 적합한 아이템이 됐다는 평가다.

애경의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의 남미 지역 전속모델로 발탁된 ‘미스 파라과이’ 출신 모델 과달루페 곤살레스. 애경 제공
애경의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의 남미 지역 전속모델로 발탁된 ‘미스 파라과이’ 출신 모델 과달루페 곤살레스. 애경 제공
애경 측은 특히 브라질 시장에서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있다. 브라질은 개인위생용품 및 화장품 부문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대형 시장으로 꼽힌다.

스킨푸드는 습하고 땀이 많이 나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여성들이 보디 제품을 선호하는 것에 주목했다. 한불화장품도 카자흐스탄 알마티 아스타나 지역 쪽에 진출하며 추운 지방 여성들의 피부 보호를 위해 기초 화장품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 네이처리퍼블릭은 국내 제품을 그대로 일본에 수출하지 않고 일본 여성의 기호 및 유행하는 성분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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