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日 전기전자업계 ‘감원 도미노’

  • 동아일보

작년 파나소닉-TDK 이어 NEC 올 1만 명 감원 발표

일본 전기전자업계에 제2차 감원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요 대기업이 6만8000여 명을 구조조정한 데 이어 3년여 만이다. 일본 기업이 전통적으로 종업원의 안정적 고용을 최우선시해 온 것에 비추어 보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8대 전기전자기업인 NEC는 최근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종업원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NEC의 국내외 전체 직원(11만 명)의 10%에 해당한다. NEC는 2009년 1월에도 2만 명이 넘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4월과 10월 각각 감원 계획을 발표한 파나소닉과 TDK도 올해 3월까지 각각 3만5000명과 1만1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도 주력업종 중 하나인 TV사업 부문이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보이자 2008년 말에 이어 2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전자왕국’ 일본 기업들이 감원 도미노에 빠지게 된 것은 엔화가치 급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 한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때문이다. 특히 달러당 70엔대 중후반까지 치솟은 엔화가치는 일본 기업의 목줄을 죄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기업체 ‘닌텐도’가 2011 회계연도에 450억 엔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데 적자는 1981년 실적을 공개한 이래 30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전기전자업체들은 지금까지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고 자국 내 생산을 최소화하면서 근근이 버텨왔다. 하지만 엔고에 이어 해외 경기침체까지 겹치자 감원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들고 있다.

NEC의 경우 2010년 사업계획 발표에서 2012년까지 유럽 등에 통신기지국과 대형컴퓨터 수출을 늘려 매출을 3조2000억 엔에서 4조 엔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지난해 매출은 오히려 3조1000억 엔으로 떨어져 2006년 이래 5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일본의 전자전기업체 상위 8개사 중 지난해 9월 중간결산에서 흑자를 낸 곳은 불과 2개사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일본 전자업체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 A1에서 A2로 한 단계씩 내렸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엔고와 세계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한 일본 기업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산업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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