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종신보험에 가입한 정모 씨(36)는 최근 보험설계사로부터 “‘보장자산’인 사망보험금이 너무 적으니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라”는 권유를 받았다. 정 씨는 “애초 보장내용을 의논했던 설계사와 통화하고 싶다”고 하자 “그 사람은 다른 회사로 옮겼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 씨는 “보험 가입 당시에는 평생 컨설팅을 해줄 것처럼 하더니 1년도 안돼 회사를 옮기고 다른 설계사가 새 보험을 권하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 판매수수료만 챙기고 회사를 옮기는 ‘철새 설계사’가 많아지면서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철새 설계사가 적은 보험사의 상품에 가입해야 꾸준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철새 설계사를 피하라
철새 설계사가 많아지면 고객으로선 보험료 연체가 생기거나 보장항목을 조정해야 할 때 자신의 상황을 잘 아는 설계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다. 뒤집어 말하면 설계사의 이직률이 낮은 보험사를 통해 보험에 들수록 안정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설계사의 13개월 차 정착률은 39.6%로 2011년 3월 말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했다. 13개월 차 설계사 정착률은 신입 설계사가 1년이 지난 시점까지 근무하는 비율로 이 정착률이 낮을수록 해당 보험사에 철새 설계사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정착률은 생보험계가 평균 35.6%로 손보업계(39.6%)보다 4%포인트 낮았다. 전반적으로 생보업계의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철새 설계사가 적은 생명보험사는 메트라이프 대한 푸르덴셜 교보 ING 삼성생명 등으로 신입설계사의 40% 이상이 1년 이상 이직하지 않고 꾸준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LIG화재 현대해상화재 삼성화재 동부화재보험에 속한 설계사들의 1년 이상 정착률이 높았다.
설계사의 이직률이 낮은 보험사가 반드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판매수수료만 챙기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고객을 대하는 설계사를 피하려면 보험사별 설계사 정착률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체 보험사의 정착률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계약 오래 유지되는 보험사가 안전
계약을 체결한 지 2년이 지난 시점까지 유지되는 보험계약의 비중을 뜻하는 ‘25회차 유지율’도 보험사를 고를 때 참고할 만하다. ‘25회차’란 보험료 납입횟수가 25번째라는 뜻으로 보험료를 매달 내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 가입 후 25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이 유지율이 낮으면 보험 계약 때 고객에게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중도 해지하는 불완전 판매가 많았다는 의미다. 반대로 유지율이 높으면 보험 가입과정에서 설계사가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는 뜻이다.
2011년 9월 기준 전체 보험사의 25회차 유지율은 61.5%로 3월 말(57.2%)보다 4.3%포인트 높아졌다. 그만큼 불완전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생보사 중에선 카디프생명(82.2%) 하나HSBC생명(77.2%) 푸르덴셜생명(74.2%)의 유지율이 높았다. 손보사 중에선 흥국화재(75.4%) 메리츠화재(74.1%) 동부화재(73.8%)의 유지율이 양호했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보험광고에 대한 소비자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소비자 평가단이 광고를 보고 실제 약관에서 보상하는 내용과 다르게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해당 광고내용을 수정토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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