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대기업 때리기’…재계 ‘선거의 해’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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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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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까지 ‘좌클릭’… 규제정책 쏟아질까 촉각
일각선 “과실 안나눈 대기업에도 책임” 자성론

대선과 총선이 겹친 ‘선거의 해’를 맞아 재계가 정치권의 반(反)기업 기류에 긴장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까지도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대기업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판 버핏세’라는 고소득자 증세 법안을 주도하는 등 ‘좌(左)클릭’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대기업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정책 방향을 뒤집으면서 정권 말 각종 기업 규제정책이 쏟아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것이다.

한 4대그룹의 홍보담당 임원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한나라당 인사들도 요즘 만나면 막무가내로 대기업을 비판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전반적인 정치권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구체적으로 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너희만 잘먹고 잘살면 되느냐’며 몰아붙이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4대그룹의 대관(對官)담당 임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한나라당이 조금씩 왼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니냐”면서도 “기업으로서는 우리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까봐 신경 쓰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뜩이나 올해 대외적인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내적인 부담까지 커지는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30대 기업의 한 법무담당 임원은 “최근 국회에서 근로관계나 세금, 투자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회사 재무파트는 ‘한 치 앞이 어둡다’면서 올해 경영계획도 확정을 못하고 있는데 예측 불가능한 규제나 입법이 튀어 나오면 최악”이라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금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정치권이 기업의 투자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투자의욕을 꺾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면 국민경제 측면에서 원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의 한 전직 임원은 “한나라당은 지금 좌나 우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 같다. ‘퍼주기’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좌클릭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며 “새로운 지지세력을 얻지 못하면서 기존 지지기반까지 잃는 바보 같은 소동”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 일각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대기업이 반복적으로 정치권의 공격을 받는 현상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번번이 반기업 정서가 국민에게 먹혀들어가는 데에는 분명히 대기업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대기업을 공격할 때마다 단골로 내놓는 질문들, 즉 ‘감세가 투자와 고용을 창출한다고 하는데 과연 대기업이 그동안 투자와 고용을 늘렸느냐’, ‘대기업이 고환율과 수출장려 정책으로 얻은 성과를 왜 아래로 나누지 않느냐’ 등에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대기업도 사회공헌과 성과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자성론(自省論)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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