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더십 회복이 경제위기 극복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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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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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석학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조동성 서울대 교수 대담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참석을 위해 6일 방한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동반성장과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자금 지원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는 기술력 강화 등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참석을 위해 6일 방한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동반성장과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자금 지원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는 기술력 강화 등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문제를 해결하고 일이 진척되게끔 하는,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위기 해결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정치학자가 아니지만 (요즘 같으면) 차라리 정치이론가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 현상인 정치리더십 약화가 경제위기를 더 심화시켰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6일 공동 주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참석차 한국을 찾은 포터 교수는 이날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국가경쟁력을 주제로 대담하고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날 대담은 조 교수가 화두를 제시하면 포터 교수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정부가 너무 많은 약속을 해서는 안돼


▽조 교수=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포터 교수=버는 것보다 돈을 많이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정부가 많다.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고 너무 많은 약속을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현재 유럽이 처한 위기는 거시 재정정책의 문제로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일단은 고통스럽지만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부 재정 상태가 열악해져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못 하게 되는 게 더 위험한 문제다.

▽조=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치리더십 부재와 관련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포터=미국 역시 정치적 리더십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미국 정부는 보편적 교육, 고속도로망 구축, 달에 사람을 보내는 프로젝트 등 과감한 결정을 많이 내렸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치권은 예산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본 국민들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본 역시 리더십의 부족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다. 유럽의 정치리더십은 말할 것도 없다.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실용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치리더십 복원이 필수적이다.

▽조=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포터=단기적으로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재정 상황 자체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업률 같은 지표는 측정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또 정부가 과다하게 지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을 덜 내게 하는 제도, 지방에 권한을 적절히 분산해 각 지역이 서로 경쟁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중소기업이 직면한 근본 문제 해결해야


▽조=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은 올 한 해 한국을 달군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포터=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사회적 기업 같은 지역밀착형 기업 육성과 함께 공유가치창출(CSV·기업이 경제적 이윤도 올리면서 사회적 가치도 동시에 창출하는 경영 철학 및 전략)의 핵심 방법론 가운데 하나다.
▼ “동반성장, 中企 경쟁력 강화가 우선” ▼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왼쪽)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기업의 혁신 의욕을 자극하려면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며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다 혁신에 성공한 사례로 한국의 온라인게임과 노래방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왼쪽)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기업의 혁신 의욕을 자극하려면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며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다 혁신에 성공한 사례로 한국의 온라인게임과 노래방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조=한국의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키로 했으며 중소기업 적합 업종도 지정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포터=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가 상생의 실체적 현황을 잘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소기업에 독점적 시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윈윈’ 전략이 아니라 단순히 특정 기업에 기회를 몰아주는 것일 뿐이다. 이런 방향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영세 농가의 농산물을 제값에 사주는 공정무역 같은 발상은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부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위원회가 중소기업의 성공을 원한다면 (경쟁력 약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기술력 부재, 생산 프로세스의 취약성, 과도한 관료주의, 부실한 교육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위원회는 손쉽고 단기적인 해법을 선택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줘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중소기업의 활력을 위해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길 바란다.

▽조=미국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나.

▽포터=미국은 중소기업 대출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다. 정부가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아져 은행들은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대출받는 중소기업들도 탄탄하기 때문에 은행은 좀처럼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한국도 대출 지원 등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책들이 분산되어 있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은 인재와 기술, 돈이 필요하다. 매출도 올리고 고객도 확보해야 한다.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 혁신이 경쟁력 강화의 해답


▽조=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도 CSV 원리를 적용한 혁신을 통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가.

▽포터=그렇다. 좋은 사례가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그들을 고용함으로써 기업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기업이다. 사실 대기업들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 반면 지역 사정에 밝은 중소기업은 그 지역 주민들과 소외계층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중소기업은 몸집이 작아 민첩하게 움직일 수도 있다.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에 주목해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 성공한 신생 회사도 많다. 이러한 사례를 계속 발굴해 분석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에 대해 더욱 체계화된 지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기업의 혁신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포터=정말로 기업의 혁신 의욕을 자극하고 싶다면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 기업들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할 때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가 나온다. 한국의 사례로 온라인 게임과 노래방을 들 수 있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만들어졌다. 정부 정책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이동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진다.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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