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준 보안시스템” 외치던 농협, 결국 허언으로 끝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10시 31분


전산장애 속출…`3천만명' 고객 불안 증폭

8개월 전 사상 초유의 '전산대란'을 겪고 나서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한 농협의 약속은 허언으로 끝났다.

농협 전산망에 2일 다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체크카드 결제 등 서비스가 3시간가량 중단됐다.

오전 4시 전인 이른 시간에 사고가 터져 고객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3000만명에 달하는 고객들의 불안은 심각한 수준으로 증폭됐다.

금융기관 가운데 유독 농협에만 이러한 전산사고가 계속된 탓이다.

최악의 사고는 지난 4월 발생했다. 외부 세력의 해킹으로 농협 전산망 자료가 무더기로 손상되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4월 12일 인터넷뱅킹, ATM, 창구거래 등 모든 은행업무가 마비되고서 완전복구에 한 달가량 걸렸다. 일주일 만에 30만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된 최악의 `전산대란'이었다.

농협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5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염불에 그쳤다.

5월 19일 일부 인터넷뱅킹과 창구업무, 카드 조회 등에 3시간가량 장애가 발생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규모 전산장애 발생 후 한 달만의 일이었다.

6월에는 농협 계열인 NH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투자자들의 매매 내역이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투자자 이름과 계좌번호, 체결 종목, 가격 등이 고스란히 유출됐다.

그럼에도, 농협 측의 태도는 안이하다.

농협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에서 가끔 전산사고가 난다. 지난번 전산마비 사태 때문에 이번 사건이 더 크게 보일 뿐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병완 박사는 "금융회사에서 전산망은 필수적이다. 매우 잘 짜인 설비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전산장애는 흔한 일도 아니고 발생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농협은 약 3천만명의 고객과 28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대규모 금융회사다.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하면서 6조원의 사업지원까지요구했다.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금융기관으로서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속출하는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 박사는 "농협은 현상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전산망에 대한 전반적인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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