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도 부자들이 기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포스코는 오너 기업도 아니고….”
올해 9월 포스코 정례 임원회의를 주재하던 정준양 회장이 갑자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얘기를 꺼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스코 지분의 4.5%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의 주요 투자자 중 한 명이다.
정 회장은 “포스코는 오너 기업이 아니라 버핏처럼 크게 기부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나부터라도 기존에 하고 있던 어려운 이웃돕기 활동 외에 매달 봉급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말을 이었다. ○ 포스코, ‘1% 나눔 운동’
월급의 1%를 기부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사 표시에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일부 임원은 “전 직원까지 확대하자”는 의견도 냈지만 자율적인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하자고 뜻을 모았다.
포스코 임원들의 1% 나눔 운동은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파워, 포스코특수강, 포스코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의 임원은 물론이고 부장급 직원도 속속 동참 의사를 밝혔다. 한 달 사이에 포스코 및 계열사 임직원 830여 명이 월급의 1%를 기부하는 1% 나눔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나눔 운동에 포스코 이사회도 화답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포스코 임직원들이 기부하는 금액만큼 회사도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1% 나눔 운동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포스코는 포스코 및 계열사 임직원들의 1% 나눔 운동을 통한 모금액이 연간 8억∼9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의 매칭 그랜트 금액까지 포함하면 전체 모금액은 11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액수에 관계없이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모금액이며,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매달 모은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위탁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이중 언어 교육 프로그램, 공공시설 및 복지시설용 친환경 주거시설 건설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 재계, 나눔 움직임 확산
월급의 일부를 떼 사회공헌에 사용하는 움직임은 재계에서 최근 확산되는 추세다. 큰 액수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월급에서 자동으로 공제되기 때문에 쉽게 후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후원을 받는 사회복지시설에서는 꾸준히 일정한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9월 임직원들이 매년 급여의 1%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급여 1% 나누기 약정식’을 열었다. 노동조합도 이 같은 기부운동에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혀 약정식에 권오갑 사장과 김태경 노조위원장이 함께 참석했다. 우림건설 역시 기업개선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이 꾸준히 급여의 1%씩을 적립해 사회공헌에 사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의 기부가 기업이나 오너가 주도하던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특징은 임직원들이 주도하는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움직임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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