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소통과 교류’ 韓商2세대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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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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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산업부 차장
정경준 산업부 차장
일본 빠찡꼬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빠찡꼬의 제왕’ 한창우 마루한그룹 회장, 미국 중남부에서 쇼핑·골프장 사업을 벌이는 삼문그룹의 문대동 회장, 인도네시아 재계 20위로 3만 명의 직원을 둔 코린도그룹의 승은호 회장….

해외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한상(韓商)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빈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自手成家)했다. 연매출 30조 원의 거부(巨富)인 한 회장은 16세 어린 나이에 빠찡꼬 직원으로 일했다. 단돈 5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간 문 회장은 가발제조회사 영업사원부터 시작했다. 승 회장은 부친(고 승상배 동화기업 창업주)의 목재사업을 돕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벌목사업을 시작했지만 동화기업의 부도로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1세대 한상은 모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눈은 세계를 바라보되 마음은 조국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어느덧 한 회장은 80세, 문 회장과 승 회장도 70세 안팎이 됐다.

그 대신 30, 40대 젊은 한상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선교사인 부친을 따라 14세 때 아프리카 가나로 이민 간 최승업 씨는 2006년 이동통신 제품을 파는 ‘나나텔’을 설립해 연간 7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하얀 가나인’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산악자전거용 고급 타이어 생산업체 ‘PT흥아’의 정용완 대표, 베트남 하노이에서 산업단지와 미니 신도시를 조성하고 있는 ‘헤르메스&선’의 홍선 대표 등도 차세대 한상 리더다.

외롭게 사업을 일군 1세대와 달리 이들은 2007년 ‘영 비즈니스 리더 네트워크(YBLN)’를 결성해 활발하게 교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시로 안부를 묻고 가족을 동반해 지구 반대편까지 방문하기도 한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세계적인 명품 수제(手製) 피아노 제조회사 스타인웨이의 지분 31.8%를 삼익악기가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YBLN의 작품이다. 스타인웨이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자 매각 주간사회사인 메릴린치의 데니스 임 부사장이 사업 확장에 열심이던 삼익악기의 김민수 부사장에게 인수를 제의했고, 미국 로펌 ‘김&민’의 파트너 스콧 김은 실사(實査) 등 법률적인 일을 맡았다. 세 사람은 모두 YBLN 멤버다.

이들 1세대 및 2, 3세대 한상이 다음 달 2∼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10회 세계 한상대회’에 참석한다. ‘한상! 세계를 향해 미래를 열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대회는 세계 40개국에서 온 3300여 명이 각종 포럼과 기업전시회, 투자유치 설명회,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다.

YBLN 멤버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청년 구직자들을 현지 인턴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홍선 YBLN 부회장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도 많지만 심각한 한국의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마인드에 애국심까지 겸비한 이들이 세계 경제에서 큰 날개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경준 산업부 차장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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