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신한은행장(가운데)은 18일 ‘여성금융인네트워크’에 참석해 “상생과 동반성장이 필요할수록 여성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이 여성 금융인 모임을 찾는 까닭은?’ 은행장들이 여성 모임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18일 금융권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여성금융인 네트워크’에 연설자로 등장해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디테일에 강한 여성 리더들이 조만간 금융계에서 큰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먼저 여성 부행장을 발탁한 조준희 기업은행장도 4월 초 이 모임의 강연자로 나와 “더 많은 여성 인재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행장은 각각 500만 원의 격려금을 이 모임에 전달했다.
2003년 설립된 여성금융인 네트워크는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전현직 여성 임원 200여 명이 가입해 있으며 석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는다. 예전에는 관료, 교수 등이 주로 강연자로 나섰으나 올해 들어선 유독 은행장들의 방문이 잦다. 시중은행의 한 본부장은 “9월 초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 모임의 관계자들을 불러 격려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여성 인재의 사장 발탁을 시사하는 등 여성 인재 중용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금융계 수장들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 행장은 이날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의 일화를 소개하며 리더에게 디테일이 왜 중요한지 강조했다. 저우 전 총리는 중요한 만찬이 있을 때는 주방에 미리 들러 이것저것 챙기고 난 뒤 항상 주방장에게 국수 한 그릇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맛있는 요리가 나올 텐데 왜 국수를 먼저 먹느냐고 묻자 그는 “배가 고픈 상태로 손님을 맞으면 식사에 정신이 팔려 손님 대접에 소홀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것. 서 행장은 “여성은 디테일에 강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일에 약해 리더가 되기 힘들다는 편견은 리더의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라며 “이런 세심함과 디테일을 챙기는 태도가 저우 전 총리를 중국 최고의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흔히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큰 흐름만 파악하고 단칼에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행장이 돼 보니 그 반대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소소한 결재 하나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으며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안일수록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하려면 여성 임원의 수를 늘리기보다 여성의 가사 및 육아부담을 줄이고 여성들의 직무가 조직 내 특정 분야에 편중되는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며 “전략, 재무 등 주요 부서에 더 많은 여성 인재를 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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