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고규연 외환은행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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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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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떨어진다고 말할 때 홀로 ‘상승’ 에 배팅

시중은행의 첫 여성 외환 ‘주포(선임 딜러)’인 고규연 외환은행 대리는 “내 성과가 앞으로 후배 외환딜러들의 앞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하게 거래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시중은행의 첫 여성 외환 ‘주포(선임 딜러)’인 고규연 외환은행 대리는 “내 성과가 앞으로 후배 외환딜러들의 앞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하게 거래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외환 딜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절제’입니다. 거래 범위 한도를 지키지 못하는 딜러는 딜러 자격이 없어요.”

6월 시중은행에서는 첫 여성 외환거래 ‘주포’(主砲·현물 거래를 담당하는 선임 외환딜러)가 된 고규연 외환은행 대리(34)의 당찬 한마디다. 남성들의 성역이나 다름없던 딜링 룸에서 주포로 활동하는 고 대리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래 범위 한도 안에서 돈을 잃는 것보다 이익을 내려고 한도를 넘는 게 더 나쁘다”라고 거듭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어떤 딜러도 돈을 잃지 않을 수는 없다”며 “손실을 봤을 때 복기하며 다음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3개월 전 외환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7년밖에 안 된 그가 외환은행 주포로 발탁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과거 일부 외국은행 지점에서 여성 주포가 활동한 적이 있지만 보수적인 국내 은행업계에서, 특히 ‘외환딜러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외환은행에서 젊은 여성 딜러가 주포를 맡은 건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 이전에 외환은행 주포를 담당했던 딜러들은 대부분 차장 직급 이상의 중년 남성이었다. 외환은행의 하루 외환 거래량만 25억 달러(약 3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환 전쟁터’에서 여성 주포가 잘 버틸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차분한 성격과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이런 우려를 잠재우며 외환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그가 거둔 수익도 은행이 당초 목표했던 수준보다 더 많다고 외환은행 측은 밝혔다.

그는 “국제금융시장 급변동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도 몇십 원씩 움직이는 등 변동성이 큰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 딜러로서 오히려 스릴을 느낀다”며 “위험관리만 잘하면 환율이 많이 움직이지 않을 때보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돈을 벌기 더 쉽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법대를 나와 2002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그는 2004년 8월 원-달러 현물거래팀의 주니어 딜러를 맡으며 외환시장과 연을 맺었다.

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 외환딜러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7년 말∼2008년 초 한때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까지 떨어지자 외환시장의 많은 참여자가 환율 700원 시대의 도래를 예상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해 4명으로 구성된 팀은 반대로 환율 상승을 내다보고 미리 준비했다.

그는 “택시운전사가 주가에 관해 질문하면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두가 한쪽 방향만 얘기할 때는 환율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리먼 사태 후 원-달러 환율이 17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그의 팀은 무려 4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다. 그 역시 이때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다.

고 대리는 “외환 거래에서 남녀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남성보다 더 과감한 배포와 정확한 예측력을 지닌 여성이 많아 주포가 되는 여성 딜러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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