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웃음꽃… 취업 희망률 60%서 80%로 높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특성화고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도교사들은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어떻게 하면 전문계고에 주는 대학 특례입학 혜택을 받을지 고민했다면 최근 들어선 취업률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수년간 고졸 출신을 받지 않던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들이 문호를 열자 취업교사들도 바빠졌다. 취업률 높기로 소문난 서울여상도 예외는 아니다. 이 학교 김시택 취업지도부장은 “그간 취업이 잘된다고 해도 40% 정도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했는데, 올 1학년생은 80%가 취업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고졸 취업 성공사례를 다루면서 전문계고 아이들이 대학입학에서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선호는 통계에도 나타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2.6% 감소했다. 특히 전문계고 재학생이 선택하는 직업탐구 영역 응시자는 20% 이상 크게 줄었다. 교과부 정종철 대입제도과장은 “특성화고 직업기술교육에 지원을 확대하고 고졸 채용을 늘리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삼성SDS에 입사할 예정인 서울여상 3학년 이은영 양(18)은 “처음에는 대학진학이 목표였지만 3학년이 되면서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며 “올 들어 채용 기회가 부쩍 늘어 학교 친구들과 후배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양과 같은 반 급우 25명 중 절반은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고, 나머지 절반도 발령대기 상태이거나 채용 전형이 진행되고 있다.

고졸채용이 확대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며 ‘고졸채용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부 공공기관들이 갑자기 고졸 채용을 늘리다 보니 급조된 채용이 많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계고 취업지도 교사는 “지난 10년간 한 번도 취업의뢰를 하지 않던 공공기관들이 애들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정말 필요해서 요청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업무를 정확히 지정하지 않은 채 ‘일반사무직’이라고만 통칭해 취업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시류에 따라 고졸 채용이 늘어나다 보니 분위기가 바뀌면 언제라도 채용 요청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다. 학생들에게 그 회사에 가면 무슨 일을 할지를 설명하기 곤란한 때가 많아 추천을 해 줘야 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공업계고 취업지도 교사는 “거품이 꺼지면 올해와 내년에 취업한 아이들은 로또에 당첨된 식으로 취업했다는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