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운명의 1주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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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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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그리스 디폴트 여부 윤곽 ② 獨의회 유로존 지원 증액 표결
③ 유럽 은행들 뱅크런 가능성

글로벌 금융위기가 치유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지, 위기 탈출의 실마리가 나타날지, 9월 마지막 주로 타이밍이 맞춰진 ‘변수’들에 세계 각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변수가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주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운명의 일주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이번 주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 실사단’이 그리스에 대한 실사(實査)를 재개할 예정이어서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예정대로 받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을지 윤곽이 드러난다. 또 독일 의회는 29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에 대해 표결을 실시한다. 갈수록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유럽 주요 은행들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질지도 관심이다.

○ 그리스, 6차분 구제금융 받을 수 있을까


그리스를 디폴트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 그리스에 대한 실사를 중단했던 트로이카 실사단이 이번 주 실사를 재개한다. 지난해 5월 EU와 IMF로부터 3년간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그리스는 실사를 통과해야 예정된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예정된 지원 규모는 6차분 80억 유로다.

EU는 실사단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 3일 이 돈의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이번 주에 6차분 지원 여부가 사실상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가 바닥난 그리스는 이 돈을 지원받지 못하면 디폴트를 피하지 못한다. 그리스 정부는 이달 초 그리스 긴축방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시하며 실사를 중단했던 실사단을 설득하기 위해 22일 퇴직연금 삭감,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추가 긴축 조치를 내놓았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국 지도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해 왔지만 최근 그리스에 대한 디폴트 주장이 확산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클라스 크놋 총재는 지난 주말 자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더는 배제할 수 없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또 독일 재무부 당국자는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국인 그리스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50% 상각과 함께 질서 있는 디폴트를 하는 것도 그리스 위기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질서 있는 디폴트란 그리스에는 기존 국채를 낮은 금리의 국채로 차환 발행해 장기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은행들에는 정부 자금으로 자본을 확충해줘 도산하지 않도록 하는 등 계획적인 디폴트를 통해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 독일 의회, EFSF 증액 통과 여부에 주목

29일 독일 연방하원은 그리스 등 유로존 위기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EFSF 증액에 대해 찬반 표결을 실시한다. 이날 표결이 실시되는 법안은 독일 정부가 현 1230억 유로에서 2110억 유로로 EFSF 참여 금액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7월 유로존 정상들은 4400억 유로인 EFSF의 대출 여력을 대폭 확대하고 회원국들의 출자금과 보증을 담보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회원국에 대한 구제금융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또 재정 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ECB의 역할을 EFSF가 맡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EFSF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 위기국 지원과 관련해 ECB와 IMF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의회가 EFSF 증액안을 부결시킨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FSF 증액안이 통과되도록 의회 지도자들을 적극 설득하고 있지만 독일 ZDF방송사 여론조사 결과 독일인의 75%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럽 은행들 뱅크런 일어날까

그리스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 중단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 은행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채의 장부가치가 40% 평가절하된다고 가정하면 530억 달러어치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은 220억 달러를 한순간에 허공에 날리게 된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이 높아지면 프랑스 은행에서 가장 먼저 뱅크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5일 “지난주 미국 워싱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동에서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대대적인 유럽 은행 구제, 그리스의 부분 디폴트 허용, EFSF를 2조 유로(약 2조6900억 달러)로 확충 등 세 항목으로 이뤄진 그리스 처리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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