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예산 줄인다더니… 오히려 더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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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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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SOC투자 증액 논란

정부가 2008년 이후 3년 만에 철도·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부문 예산을 늘렸다. 내년에만 총 22조6000억 원을 투입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SOC 예산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지 1년 만에 기조를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SOC를 포함한 ‘경제활력·미래대비’ 부문에 총 47조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도로 건설을 늘리고 수질개선 등 환경기초시설에 투자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에 올해보다 33.9% 늘어난 2조7414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호남 고속철도와 수도권(수서∼평택) 고속철도(2014년 완공)가 중점 지원 대상이다. 원주∼강릉 복선전철(2017년), 동홍천∼양양 고속도로(2014년) 등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한 SOC 지원 사업에 내년에만 5686억 원(올해 대비 16.8% 증가)을 투자한다.

내년 전체 SOC 예산은 22조6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조8000억 원 줄어들지만 내년에 끝나는 4대강 사업과 여수엑스포 예산을 제외한 2012년도 금액은 22조2000억 원으로 2009년 이후 3년 만에 늘어났다.

정부의 SOC 예산 확대는 사실상의 ‘준(準)뉴딜정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재정부 김동연 예산실장은 “지역경제와 지역고용 활성화를 감안해 실질적 투자규모를 증액해 내용 면에서 알차게 준비했다”며 SOC 예산 확대 목적이 경기 부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이라는 악재로 내년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정부가 토목공사 확대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지역 선심성 공약을 대거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공단 폐수시설, 생태하천 등 지역민들의 요구가 큰 환경기초시설 투자에 올해보다 13.5%나 늘어난 1조4916억 원을 반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SOC 예산 확대는 정부가 지난해 내세운 예산 기조와도 어긋난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SOC 부문을 3.2% 줄였고 특히 도로 예산을 전년 대비 10.2%(8152억 원)나 깎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올해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불필요한 SOC 예산을 줄이고 이를 복지 등 친서민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일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복지, 의무 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을 일괄적으로 10% 축소하고, SOC 투자에서 추가로 10% 줄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5%가량 늘리기로 방향을 잡았다. 올해 예산(309조1000억 원)보다 17조 원가량 늘어난 326조 원 안팎이 예상된다. 지난해 9월 발표한 2012년도 총지출 규모(324조8000억 원)보다 다소 늘어났는데 이는 △취득세 인하에 따른 국고 보전 2조 원 △대학 등록금 부담완화 지원 1조5000억 원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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