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을 100% 바꿔라, 그래야 결과 나온다”… 고졸 출신으로 대우증권 영업총괄 대표된 안희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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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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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4시에 시작돼 밤 12시에 끝이 나는 그의 하루 일과는 벌써 29년째 진행형이다. 고졸 출신으로 쟁쟁한 대학의 졸업자들과 함께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한 6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동기는 그를 포함해 3명뿐이다. 학력이 좋다는 증권가에서 고졸로는 드물게 국내 영업부문을 총괄하는 웰스매니지먼트(WM)부문 대표가 된 안희환 대우증권 부사장(52)이 주인공이다. 》
고졸 출신인 안희환 대우증권 부사장은 “스스로를 완전히 바꿀 정도로 노력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제공
고졸 출신인 안희환 대우증권 부사장은 “스스로를 완전히 바꿀 정도로 노력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제공
최근 고졸사원 채용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전인 9일 만난 안 부사장은 “조직의 문턱을 낮추는 건 좋은 일이지만 조직에서 살아남는 건 자신의 몫”이라며 “누구나 꿈꾸고 원하는 만큼 이뤄진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는 23세 대우증권에 입사해, 34세에 대우증권 최연소 지점장에 발탁됐고, 41세에 지역본부장, 51세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그냥 열심히 한 게 아니라 쓰러질 때까지 일했다”고 했다.

실제로 일하다 쓰러진 때도 있었다. 지점 영업사원 시절 하루에 10명, 많게는 20명씩 고객을 만나는 강행군을 하다가 길에서 쓰러져 머리를 다친 적도 있었다는 것. 컴퓨터시스템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차트 등을 익히느라 2개월 동안 밤샘을 밥먹듯하면서 컴퓨터 공부에 열중했다. 이때 밀린 잠을 못 이겨 이틀을 내리 잔 적도 있다고 한다.

신입사원 시절 선배들은 앉아서 ‘오는 손님’만 받고 있을 때 혼자서 회사 인쇄시설을 이용해 팸플릿을 만들어 서울 종로 일대 약국 등을 다니며 영업을 했다. 그의 이름으로 들어오는 돈이 2000만 원, 3000만 원으로 늘더니 어느 새 ‘억’ 단위가 됐다. 인천지점에서 일할 때는 대우증권 100여 개 점포 중 절반가량의 지점이 올리던 약정의 합계보다도 더 많은 약정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부사장은 “아무리 고객과 술자리가 길어져도 오전 4시에 일어나 1시간 운동한 뒤 출근하는 생활을 29년째 하고 있다”며 “29년간 이어온 고객이 50명가량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하직원들로서는 이런 상사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흔쾌히 이를 인정했다. “지역부문 대표를 맡을 때는 좋은 성과 때문에 1년에 한 번꼴로 맡는 지역이 바뀌었다”며 “가는 곳마다 직원들이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였다”고 털어놓았다.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을 고객처럼 관리했다. 매일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갑, 책 등 선물을 줬다. 지점에 갈 땐 귤이나 사과 한 박스씩을 사갔다. 명절에는 충남 부여군에서 농사를 짓는 노모로부터 쌀을 받아와 떡을 만들어 돌렸다. 따르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성과가 높아졌다. 안 부사장은 자신과 비슷한 ‘스펙’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물은 100도가 넘어야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자신을 완전히 바꾸려고 노력해야 어느 순간 결과가 나온다”며 “10%, 20%만 바꾸려고 노력한다면 온도가 10도나 20도에 불과한 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은 영업이 강하기로 소문난 증권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랩어카운트 등 종합자산관리에서 다른 증권사에 밀린다는 평가가 많다. 안 부사장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만 해서는 증권사의 미래가 없기 때문에 종합 컨설팅을 하는 방향으로 리테일 혁신을 추진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겪는 혼돈은 통과의례이며 앞으로 부자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점포도 추가하고 산업은행 안에 증권지점을 열어 연계영업을 통해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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