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과정 최대 변수인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발걸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 3인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존 크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여유로운 반면 인수를 추진해 온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속이 타들어간다. 심판관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한발 빼고 있다.
○ 유죄 판결 피하기는 어려울 듯
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부장판사 조경란)의 심리로 진행된 ‘론스타 재판’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42억9600만 원을 구형했다. 외환은행에는 벌금 453억 원과 추징금 123억 원을, 론스타에는 354억 원의 벌금과 100억 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것과 비교할 때 더 무거운 형량을 요구한 것이다. 이번 재판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이어서 유죄 판결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선고는 빠르면 이달 말 있을 예정이다.
김 회장은 충청·보람·서울은행 인수합병(M&A)을 이끌어내 ‘승부사’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던진 외환은행 인수카드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그의 속내는 타들어가고 있다. KB 신한 우리금융지주 등 경쟁사에 비해 외형에서 밀리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외환은행 주가도 지난해 11월 초 론스타와 인수계약 당시 1만3000원대에서 8일 7900원까지 급락한 상태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재협상 시한인 11월 말까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결정이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김 회장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은 없다. 필요하면 론스타와의 계약을 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론스타는 느긋한 입장이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8차례 배당 등으로 2조9000억 원을 챙겼다. 투자원금을 빼고도 이미 7000억 원을 남긴 것이다. 수익을 챙겨 한국에서 철수해도 좋고, 못 나가면 유망한 은행의 대주주로서 거액배당 등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당국은 머뭇머뭇, 외환은행은 골병
정작 결정을 내려야 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입을 다물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표명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정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외환은행 미래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노조는 매각 반대투쟁에 집중하고 론스타는 이익을 고배당으로 가져가면서 영업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시중은행의 예금이 대폭 증가한 가운데 외환은행만 유일하게 수신액이 지난해 말보다 1조7770억 원 감소했다. 최근에는 외환은행이 주거래은행이던 대기업 1곳이 국민은행에 넘어갔다. 심각성을 인식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부터 전면 투쟁을 접고 영업력 강화를 위한 새 출발을 선언했지만 노사 갈등은 언제든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결정에 대한 론스타의 불복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최종 결론이 나오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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