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토종 자동차기업 비야디(BYD)는 앞으로 2600명인 영업부 직원을 80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감원 규모가 70%에 이른다. 비야디는 다른 부서도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비야디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작년 대비 89% 급감했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비야디를 칭찬하면서 2008년 9월 비야디의 주식 10%를 사들였다. 당연히 월가를 비롯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비야디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이 회사의 몰락은 중국 기업의 경영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종합병동’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는 크게 네 가지다. 착취식 판매구조가 우선 꼽힌다. 비야디는 딜러들의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이렇게 모은 딜러들을 통해 차를 밀어냈다. 최근 딜러망에서 탈퇴한 베이징(北京)의 한 업체는 “판매목표를 달성하면 본사에서 현금 보너스를 준다. 하지만 즉각 더 많은 물량을 떠안았기 때문에 보너스를 담보로 차량을 인수해 재고로 쌓아둬야 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경기가 둔화하자 작년 한 해 동안 대도시를 중심으로 30여 개의 딜러가 탈퇴했다. 샤즈빙(夏治빙) 비야디판매 총경리는 지난달 8일 회사를 그만두면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너무 가혹하게 딜러들을 대했다. 상처받은 딜러들에게 사죄한다”고 했다.
인해전술식 생산공정도 도마에 올랐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추세는 자동화다. 하지만 비야디는 ‘반(半)자동화+수공’이라는 독특한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비싼 기계 대신 값싼 인력을 더 투입한 것.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에 47억 위안(약 7800억 원)을 임금으로 지출했다. 신징(新京)보는 비야디의 인건비 비중이 중국 민영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인건비 비중이 높으면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빈약한 상품경쟁력도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비야디의 소형차 F3은 도요타의 코롤라를 완전히 베꼈다는 평가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오히려 “코롤라와 똑같다”며 좋아했다. 이 덕분에 출시 후 20개월 동안 10만 대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F3을 대체할 차량 개발에 실패한 것.
업계에선 비야디의 가장 큰 패착으로 ‘버핏의 역설’을 꼽는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던 비야디는 돈가뭄을 해소했을 뿐 아니라 주가 상승으로 왕촨푸 회장은 2009년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그러나 버핏 같은 투자자를 만족시키려면 더 많은 배당을 안겨줘야 했다.
착취식 판매구조가 강화된 것도, 자동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한 것도, 아직은 때 이른 전기차 사업 비전을 내놓은 것도 단기수익과 주가에 집착한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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