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코닥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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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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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은 애플, 조연은 구글, 기타 등장기업은 삼성전자, 모토로라, 대만의 HTC.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특허전쟁 무대에 오른 글로벌 기업이다.

30년간 이어져 온 경영 악화로 IT무대를 떠날 위기에 처했던 131년 역사의 사진기 명가(名家) 이스트만 코닥은 이들이 벌이는 전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이 무차별적인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구글이 특허를 노리고 모토로라를 비싸게 사들이면서 특허를 다량 보유한 코닥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것.

○ 특허로 재기의 몸짓

코닥의 최고경영자(CEO)인 안토니오 페레스는 최근 이 회사가 보유한 특허 1100개를 팔겠다고 발표했다. 코닥은 1975년 첫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인 디지털이미지 분야의 선도업체다. 꾸준한 기술개발로 스마트폰 및 휴대전화 카메라에 쓰이는 특허 중 85%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코닥은 보유한 특허기술을 창고에 썩혀둔 채 디지털 시대의 적응에 한발 뒤처졌다. 결과는 참혹했다. 30년 가까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300억 달러에 이르던 기업가치는 5억 달러로 아래로 떨어졌다. 주가는 지난달 10일 1.77달러까지 떨어졌다. 1950년대 이후 2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이 무렵 페레스 CEO는 거래 은행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프라이빗에퀴티펀드에서 코닥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131년 역사의 기업을 그냥 헐값에 넘길 수는 없었던 것. 코닥은 그동안 특허를 침해한 기업들의 소송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해왔지만 이제 특허 침해로 소송할 기업도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페레스는 결국 창고에 쌓아둔 특허를 내다팔아 재기를 노려보기로 결정한 것.

그의 결정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시가보다 63% 비싼 가격에 인수한 것에 자극받았다.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는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공식 블로그에서 이번 인수가 특허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컨설팅업체인 미국의 MDB캐피털그룹은 코닥이 소유한 디지털이미지 특허가치가 30억 달러로 기업 가치의 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 특허가 곧 경쟁력

현재 코닥의 특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전자 전시회에서 7.7인치 갤럭시탭 제품을 거둬들였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서 뒤셀도르프 법원이 독일 내에서 갤럭시탭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득시 삼성전자 부장은 현지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 판매 재개를 위해 법적인 조치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인 특허비즈니스 업체인 인터디지털도 보유한 특허를 시장에 내다팔 계획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여 특허 확보전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현재 약 8000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이 중 1300개가 무선통신 분야 특허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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