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카페형 베이커리, 재계 ‘딸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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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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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3세 장선윤 사장, 롯데百 ‘포숑’ 고급화 지휘리뉴얼후 매출 2배↑… 이부진-정유경에 도전장

롯데가(家) 3세인 장선윤 블리스 사장(40)이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장 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둘째딸이다. 이에 따라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 시장에서 ‘달로와요’ ‘베키아 에 누보’를 둔 조선호텔 베이커리 지분을 보유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빵을 함께 파는 커피 전문점인 ‘아티제’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둔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과의 삼파전이 예상된다. 베이커리는 재계 ‘로열패밀리’ 여성 경영자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2008년 결혼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 식품기업인 ‘블리스’를 설립한 후 롯데백화점 내에 있는 베이커리인 ‘포숑’의 고급화에 나섰다. 포숑은 프랑스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국내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을 비롯해 12개 롯데백화점 매장에 10여 년 전부터 있었지만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블리스는 고려당이 운영하던 포숑의 국내 운영 계약이 만료되자 올해 초 운영 계약을 따낸 뒤 본격적으로 고급화 작업에 돌입했다. 이는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식료품 매장 고급화 전략과 맞물렸다.

‘아티제’는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으로 현재 강남권을 중심으로 15개 매장이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 인테리어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일본 디자이너 간지 우에키 씨가 인테리어를 맡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200년 전통의 프랑스 고품격 베이커리 브랜드인 ‘달로와요’를 들여와 1999년 신세계백화점에 문을 연 이후 현재 1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달로와요’는 프랑스 전통의 맛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제품으로 유명하다. 청담점 등 5개 매장을 둔 ‘베키아 에 누보’는 집에서 만든 것 같은 쿠키와 머핀 등 고급스러운 재료로 뛰어난 맛을 낸 제품들로 인기가 높다.

이 분야에 도전장을 던진 장 사장은 올해 5월부터 롯데백화점 내 포숑 매장 리뉴얼을 시작으로 최근 12개 매장을 고급스럽게 바꿨다.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셰프와 판매직원도 모두 교체했다. 프랑스 포숑 담당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직원들을 직접 교육했고 한국 포숑 매장의 메인 셰프는 프랑스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블리스 관계자는 “포숑이란 브랜드가 지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고 현지 포숑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들여오는 등 프랑스 현지 매장과 같은 수준으로 리뉴얼했다”고 설명했다.

‘포숑’을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장 사장의 명품에 대한 높은 안목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장을 지낸 장 사장은 2005년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을 개점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장 사장은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평소 다양한 빵을 즐겨왔고 이번 ‘포숑’ 리뉴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매출도 크게 올랐다. 본점 매장은 재단장해 올해 7월 20일 문을 연 뒤 한 달 만에 매출 2억1000만 원을 올려 리뉴얼 이전보다 2배 이상으로 뛰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및 호텔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들의 프리미엄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식품까지 ‘명품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라며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어 프리미엄 상품을 둘러싼 경쟁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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