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사둬” 알린뒤 보고서 낸 애널리스트…대법 “사기적 부정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3일 08시 02분


뉴시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금융투자분석사)가 제3자에게 종목을 미리 사게 한 뒤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기업분석보고서를 냈다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이모 씨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이 같은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이 씨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 사이 이진국 전 하나증권(당시 하나금융투자) 대표의 계좌를 활용한 선행매매 행위로 이 대표에게 1억3960여만 원의 이익을 취하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지난 2018년 1월부터 2020년 4월 사이 자신의 장모 계좌를 활용한 선행매매 행위로 장모에게 1390여만 원의 이익을 얻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씨가 자신이 작성한 기업분석보고서가 공표되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용해 선행매매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 씨는 2014년부터 7년 연속 주요 경제지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던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 전 대표나 장모의 계좌를 관리하던 직원에게 사전에 특정 종목의 주식을 사들이게 한 뒤 보고서를 발표한 후 주식을 팔게 했다.

앞서 1심은 이 씨가 직무상 알게 된 비공개 정보를 정당한 사유 없이 활용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애널리스트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주식 보유 사실까지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씨가 수익을 직접 나눠 갖는 등 재산상 이해관계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을 제3자가 보유하고 있고, 추천 이후 제3자가 이를 매도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대법은 “이 씨의 조사분석자료에는 ‘작성한 애널리스트가 외부 압력·간섭 없이 신의 성실하게 작성했다. 제삼자에게 사전 제공한 사실이 없다’ 등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런 내용을 신뢰하고 투자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특정 증권을 추천해 보유하게 했다는 사실은 이 씨가 조사분석자료에서 해당 증권을 추천하는 동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공정거래 행위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그 행위로 얻은 이익, 회피한 손실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며 “이 씨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 사용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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