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값 우뚝…수확량 줄어 최고 227% 가격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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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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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비에 탄저병 전국 농가로 확산

최근 계속된 폭우로 고추 농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추 탄저병에 걸린 고추의 모습. 고추 탄저병 같은 농작물 전염병은 장마가 심한 해에 급증한다.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최근 계속된 폭우로 고추 농가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추 탄저병에 걸린 고추의 모습. 고추 탄저병 같은 농작물 전염병은 장마가 심한 해에 급증한다.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경기 파주시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한모 씨는 요즘 밭에 나갈 때마다 속이 썩는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통통하게 자라있던 고추가 올해는 계속된 폭우로 절반 이상 망가졌기 때문이다. 한 씨는 “고춧잎이 누렇게 변하고 줄기가 까맣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며 “배수로도 늘리고 애를 썼는데 워낙 오래 비가 쏟아져 별 소용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고추 농사를 망친 건 한 씨뿐이 아니다. 전북 군산시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임모 씨도 올여름 400mm 넘게 내린 비에 고추의 3분의 2를 잃었다. 임 씨는 “하우스 안 고추들이 몽땅 침수돼 잎이랑 줄기가 시들시들하다”며 “장마 후 고추 탄저병까지 돈다고 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15일 고추 농가와 각 지역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최근 폭우가 지난 뒤 경기, 충남북, 전남북,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고추 농가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침수 피해도 문제지만 장마 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고추 전염병’이 더 큰 문제다. 고추 표면이 불에 탄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는 ‘고추 탄저병’, 역병, 세균성점무늬병, 무름병 등이 대표적이다. 잎과 줄기를 상하게 하는 담배나방도 고추에 피해를 준다. 이런 병들은 비가 잦고 장마가 긴 해에 많이 발생한다. 수확량을 급감시키고 상품가치를 떨어뜨려 농가에 타격이 크다.

실제 충북농업기술원이 조사한 충북지역 고추병 발생 현황을 보면 15일 현재 진딧물에 의해 전염되는 ‘오이모자이크 바이러스’ 감염 비율이 66.8%에 달해 지난해보다 두 배로 급증했다. 고추 탄저병도 무섭게 퍼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4.1%의 농가에서 발병했으나 올해는 거의 모든 농가에서 발병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역병 피해를 줄이려면 밭의 물 빠짐을 좋게 하고 병든 작물은 재빨리 따서 버린 뒤 철저히 소독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올여름에는 워낙 많은 비가 계속 내려 관련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고추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최근 고추 값은 전년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고추 가격을 보면 품종에 따라 전년보다 적게는 31%에서 많게는 227%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꽈리 풋고추(중품·4kg)로 지난해 7578원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 2만4763원에 거래돼 전년 대비 227% 올랐다. 홍고추(89%), 청양고추(84%), 풋고추(51%), 건고추(31%) 등 다른 고추 품종도 모두 가격이 크게 뛰었다.

농진청은 “올해는 비가 많이 오는 것도 문제지만 계속 오는 게 더 문제”라며 “올여름 장마 기간 대비 강수일수 비중은 82.3%로, 측정 이래 가장 높았고 강수량도 평년의 1.7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이 때문에 고추뿐 아니라 벼, 포도, 사과 등도 전염병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추 외에 배추와 무도 폭우 피해를 봐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며 “이달 중순 가격이 각각 전년 대비 40%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특히 과거 10년간 기상 변수를 고려할 때 고온 등으로 작황이 더욱 나빠질 확률이 35%”라며 “이럴 경우 무, 배추 가격은 평년의 두 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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