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유도 못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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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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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업자 “내일 원유공급 중단”… 우유업체들 출하량 조절나서

최근 원유(原乳) 가격 인상 폭을 둘러싸고 젖소 농가와 우유업계가 대립해 온 가운데 젖소 농가들이 3일 하루 동안 원유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젖소 농가들은 5일로 예정된 최종 협상에서도 자신들의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기한 납품 거부에 들어갈 방침이다. 젖소 농가들이 원유 납품 거부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우유 대란(大亂)’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젖소 농가 “한 발짝도 양보 못해”

젖소 농가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일 “40여 일간 이어진 협상에도 불구하고 낙농업계의 원유가격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3일 하루 동안 우유업체에 원유 납품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협회가 밝힌 공급 중단 원유량은 5200t에 이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제품, 특히 ‘마시는 우유’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젖소 농가들은 6월부터 “구제역과 사료 값 폭등, 이상기후 등으로 우유 생산량이 15% 이상 감소했는데도 우유 납품 기본단가는 3년째 L당 704원으로 동결돼 젖소 농가가 빚더미에 앉고 있다”며 원유 값을 큰 폭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낙농업계는 L당 173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에 우유업계는 L당 41원 인상안을 고수해 왔다.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낙농진흥회마저 묘안을 내놓지 못했다. 급기야 갈등은 원유 납품 거부 사태로 커졌다.

낙농육우협회 측은 “지난달 31일 열린 7차 협상에서 낙농진흥회가 60원 또는 81원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는 중재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물가 안정 운운하며 무관세 수입 분유를 늘린다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협회는 “구제역으로 4만 마리의 젖소가 매몰되고 900여 젖소 농가가 폐업을 해 낙농업계는 이미 벼랑 끝에 섰다”며 “5일 열리는 최종 협상에서도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납품 거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 마시는 우유 수급 차질 불가피

1일 낙농업계의 납품 거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우유업체들은 곧바로 우유 출하량을 조절하는 비상생산 체제에 들어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유통기간이 긴 분유와 치즈는 종전 생산품으로 버틸 수 있지만 마시는 우유는 대안이 없다”며 “2일 받은 원유의 일부를 다음 날로 미뤄 생산하는 방식으로 우유 출하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당장 3일부터 우유 구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우유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 측은 “다른 우유업체들에 비해 시유(시판용 흰 우유) 비중이 높아 유유 납품 거부에 따른 타격이 클 것”이라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납품 거부를 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은 “우유 납품 농가의 90% 정도가 우리와 장기간 단독 거래를 하고 있어 동참 비율은 높지 않으리라 본다”면서도 “현재 협회가 요구하는 인상 폭은 너무 커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납품 거부는 5일로 예정된 최종협상을 앞두고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낙농업계가 소비자를 볼모로 집단이기주의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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