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5%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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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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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 4.7%↑… 올 최고수준
전월세 - 공공요금 - 서비스요금 등 오르면 안 내려가는 근원물가 올라 큰 일

#1 대구시와 대전시는 7월 1일자로 시내버스 요금을 950원에서 1100원으로 15.8% 올렸다. 대전은 2006년 8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대구는 4년 8개월 만에 인상한 것이다. 대전시 장춘순 대중교통과장은 “정부 물가안정 시책을 따르려고 인상을 미뤄 왔지만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 부담과 기름값 인상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
서울 중구 명동 A미용실은 6월부터 종전 2만2000원이던 남성 커트요금을 현금 고객 10% 할인 조건을 붙여 2만5000원으로 올렸다. 신용카드와 현금 가격을 차별하는 건 불법이지만 가격 인상에 따른 손님들의 반발을 줄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3년째 단골인 이모 씨는 “현금을 내면 10% 깎아줘 좋긴 하지만 결국 가격 자체는 오른 것 아니냐”고 찜찜해했다. 》
7월 소비자물가가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의 최대 화두로 ‘물가안정’을 내세웠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물가 상승세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내놓은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7% 올랐다. 변동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상승하며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금(4.7%), 도시가스(10.3%), 미용료(8.2%) 등 공공요금과 서비스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불안을 부채질했다. 통계청 양동희 물가동향과장은 “개인서비스 요금 등의 상승으로 8월에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물가상승 주범은 ‘근원물가’

7월 소비자물가가 4.7% 오른 것은 과거와 달리 근원물가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농산물, 석유 등은 날씨가 좋아지고 국제시장이 안정되면 상승세는 쉽게 꺾인다. 하지만 전·월세나 공공요금, 개인서비스요금 등은 한 번 오르면 좀처럼 안 떨어진다. 근원물가는 1월 2.6%에서 7월 3.8%로 올랐다. 7개월간 4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무서운 이유는 흐름을 타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대표적이다. 연초 일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 오르기 시작하더니 7월 대구 등 광역시급으로 확산됐고 서울도 요금인상 조율에 들어갔다.

식당 음식값이나 미용료, 여행비 등은 장사가 잘되는 곳이 일단 가격을 올리면 눈치를 보던 다른 곳들도 따라 올리기 마련이다. 정부는 주부 물가모니터단의 기능을 강화하고 음식업협회 등을 통해 자율적인 요금 안정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원가부담에 시달리는 개별 업소에 정부의 이런 정책은 ‘소귀에 경 읽기’만큼이나 효과가 없다.

○ 안정세 찾아도 ‘지표’에 그칠 듯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7월 소비자물가가 높았던 것은 채소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9월 이후에는 물가가 4%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분석은 ‘기저(基底)효과’에 기댄 낙관적 전망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다. 올해 물가상승률의 비교시점인 지난해 월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8월까지는 2%대에서 안정되다가 9월 3.6%를 시작으로 배추가격이 폭등한 10월에는 4.1% 치솟았다. 결국 전년 동월과 비교한 올해 9월 이후 물가상승률은 8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변수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는 추석이 9월 12일로 2003년(9월 11일) 이후 8년 만에 가장 빨라 하반기 농수산물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사과 배 등 추석 대목 상품의 공급부족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4%로 높여 수정한 올해 물가목표 달성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앞으로 5개월간 3.5% 이내로 물가를 묶어야만 달성 가능한데,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물가상승률 4% 선을 지키려면 물가가 빠르게 안정돼야 한다”며 “하지만 유가가 크게 떨어지기 어렵고 농산물 역시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근원물가(Core Inflation) ::


농산물, 석유류 등 외부 충격으로 가격 변동이 심한 제품을 제외하고 측정한 물가로 가공식품, 서비스요금 등이 물가수준을 좌우한다. 전체 물가보다 낮고 움직임도 적지만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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