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의 두 얼굴… 내릴 땐 주저주저 올릴 때는 후다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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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정은 씨(26)는 13일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에 갔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L당 2100원 수준이었던 휘발유 값이 며칠 새 2200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올해 4월에 기름값을 내린다고 떠들썩했을 때는 주유소들이 머뭇거리더니 올릴 때는 참 빠른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주간(週間) 주유소 휘발유 공급가격을 20∼40원 올린 12일, 서울시내 주유소들은 일제히 판매가를 15원 이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과 여의도에는 보통휘발유가 2300원 가까이 하는 주유소도 있었다. 강남구(2123원)를 비롯해 용산구(2106원), 종로구(2105원), 중구(2101원) 등은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이 2100원을 넘어섰다. 정유사가 주유소 공급가 100원을 완전히 다 올리기 전인데도 소매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들은 석 달 전 정유사가 도매가격을 100원 내린 직후에는 소매가를 최대한 천천히 내렸다. 당시 대부분 주유소는 항의하는 소비자에게 “보통 7∼15일 치의 재고를 쌓아두는데 (내리기 전에) 비싸게 산 기름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싸게 파느냐”고 맞섰다. 그러던 주유소들이 12일 도매가가 일부 인상되자 기다렸다는 듯 가격을 올린 것이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기름값 한시 인하 전날인 4월 6일 서울지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평균 2022.32원이었다. 정유사가 공급가를 100원 내린 7일에는 1992.82원으로 29.5원 내리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6일째인 12일에는 1996.80원으로 다시 올랐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도매가를 올리자 시내 주유소의 기름값은 할인 기간 확보한 재고물량이 온데간데없는 듯 빠르게 뛰어올랐다. 서울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달 6일 1994.69원, 11일 1998.48원 정도였지만 SK와 GS 등이 주유소 공급가를 20∼40원 올린 12일에는 2013.89원으로 뛰었다. 13일 현재 서울지역의 평균 휘발유 값은 2017.33원으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주유소들은 할 말이 있다. 한 주유소 사장은 “손님들이 기름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기름을 넣어가는 바람에 재고를 쌓아둘 수 없었다”며 “주유소만 나쁘게 비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와 SK에너지에 이어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공급가격을 인상하면 최근 국제유가 강세와 맞물리면서 가격상승 압력이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기름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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