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쌀-고추-쇠고기 제외안하면 중국과 FTA협상 시작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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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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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식품부 제공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것이다. 한미 FTA에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쌀 고추 돼지고기 등 ‘민감 품목’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민감 품목을 제외하지 않고는 협상 개시도 없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사진)이 1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농민신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과의 FTA 협상은 농업분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양국 간 민감 품목 설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감 품목은 관세화(시장 개방)를 할 경우 우리 측 피해가 큰 특정 품목을 말하는 것으로 쌀, 고추, 마늘, 돼지고기, 쇠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이 해당된다.

한중 FTA 협상은 양국 내에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협상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중국 측은 일단 FTA 협상을 시작한 뒤 민감 품목을 논의하자고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민감 품목부터 설정한 후 해당 품목을 협상 테이블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협상에 들어가자는 입장이다.

서 장관은 이날 “중국은 우리나라와 거리가 매우 가깝고 가격경쟁력이 엄청난 나라”라며 “중국과 FTA를 잘못하면 우리 농업의 피해가 엄청나게 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경분리 자금계획 월내 완료” ▼

그는 “중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려면 전체 수출 농산물 중 20%가량을 민감 품목으로 설정해 반드시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주말마다 농촌 현장을 돌았는데 소감은….

“한 주도 빠짐없이 주말마다 농촌에 가 농민들을 만났다. 농민들이 가장 많이 얘기하는 불만은 가격 불안, 농산물 유통문제였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불신도 컸다. 가슴이 아팠다. 농협만 제대로 돌아가도 농촌 문제가 50%는 해결된다는 말이 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농협개혁 방향과 진행 추이는….

“농협개혁의 핵심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중심의 농협’으로 가는 것이다. 예전에 일본 니가타 현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오이 농가들이 오이를 따서 논두렁에 그냥 다 쌓아놓고 있었다. 그렇게 쌓아만 놓으면 농협이 알아서 걷어다가 씻고 포장해서 팔아 통장에 돈까지 넣어 준다고 했다. 농민은 생산에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우리 농협도 유통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줄 수 있어야 한다. 농협이 유통마진을 줄이면 소비자들도 싼값에 농산물을 살 수 있다. 농협이 도매시장 물량을 50% 이상 관리하게 해서 대형 유통업체들과 협상력을 갖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게 목표다.”

―최근 농협의 신용(금융)-경제(판매) 사업 분리를 위한 자금 실사가 끝났는데….

“농협과 함께 구조개편에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논의하고 있다. 사실 지금 정부는 FTA 피해보완 대책이니 구제역 대책이니 해서 재정 수요가 엄청나다. 농협의 경제 사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이 얼만지를 알아내는 게 관건이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결론 내려고 한다.

―임기 동안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고 하는 것은….

“내 꿈은 ‘다 함께 잘사는 행복한 농어촌 건설’이다. 이걸 이루려면 농식품부만 뛰어선 안 되고 부처가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오늘 아침 국무회의에서도 ‘주5일제 전면 도입’을 두고 장시간 토론이 있었는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농촌체험 학습을 초중고 교과과정에 넣어 달라’고 말했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관심 갖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우리나라 30대 농민들의 소득은 도시민 소득보다도 높다. 농촌이 젊은 사람들도 살 수 있는 곳이 되면, 우리 농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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