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제도보완’ 지시한 백화점 택배비 실태 들여다보니

  • 동아일보

입점업체가 배송비 20∼40% 챙겨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진택배터미널을 방문한 뒤 “(택배업체들이) 택배비를 백화점에서 얼마에 받아서, 어떻게 배분되는지 기획재정부 등이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 택배기사로부터 “백화점이 배송비로 2500원 받아서 택배업체에는 1500원만 준다”는 말을 듣고 실상을 파악해보라고 한 것.

이에 대해 백화점업계는 택배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백화점 입점업체와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일반 온라인쇼핑몰 등이라고 밝혔다. 오프라인 백화점(주로 식품관)은 평소에는 자체적으로 무료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설, 추석 같은 명절 때 상품 주문이 급증하면 택배업체를 이용한다.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가까운 거리면 배송비를 안 받지만 먼 거리일 때는 배송비를 받는다. 온라인쇼핑몰은 대개 3만 원 이상을 구입하면 무료로 배송해주지만 구입 금액이 3만 원 미만일 때는 배송비를 받는다.

○ 치열한 경쟁이 택배비 낮춰

백화점 입점업체들과 온라인쇼핑몰 대부분이 소비자에게서 받은 배송비에서 일부 금액을 뺀 액수를 택배업체에 지불하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배송비로 2500∼3000원을 소비자에게 받았다면 500∼1000원 정도를 빼고 택배업체에는 1500∼2500원을 지급한다. 고객에게서 받은 배송비를 100% 택배업체에 지불하는 일부 온라인쇼핑몰도 있기는 하다.

온라인쇼핑몰 등이 고객에게서 받은 배송비 가운데 20∼40%를 뺀 금액을 택배비로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을 챙기는 이른바 ‘백 마진’ 현상은 택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이후 오픈마켓과 개인 쇼핑몰이 대거 생기면서 택배 수요가 늘어나자 소규모 택배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택배업체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는 가격과 서비스인데, 서비스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만큼 후발 주자들은 단가를 많이 낮췄다. 게다가 소규모 온라인쇼핑몰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가격을 내리면서 택배비를 적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A택배사 관계자는 “택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기 때문에 이윤이 적게 남더라도 고객을 확보하려면 ‘갑’인 백화점 입점업체와 온라인쇼핑몰이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포장비 등 포함” vs “수익 챙긴다”

이에 대해 온라인쇼핑몰과 백화점 입점업체들은 ‘고객이 지급한 배송비=택배비’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배송비에는 택배업체가 고객 집으로 상품을 갖다 주는 택배비를 포함해 상품 포장비, 포장을 하는 인건비, 물류센터 운영비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쇼핑업체 관계자는 “상품이 고객에게 배달되려면 ‘상품 포장→집하→물류센터→택배업체→고객’ 순으로 업무가 진행되는데 택배업체는 이 중 일부 과정을 담당한다”며 “이 때문에 전체 배송비 가운데 일부 금액을 택배업체에 주는 것이지 배송비에서 따로 수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포장비와 인건비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배송비에서 택배비를 뺀 금액보다 많이 들어 오히려 비용을 더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택배사 관계자는 “포장비와 인건비 등은 제품 가격에 다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포장비와 인건비를 배송비에서 충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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