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화려한 재기의 불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답은 쌍용차 판매를 이끌어갈 양 날개 코란도C와 체어맨H 뉴클래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희망적으로 보인다. 코란도C는 지난 2월 국내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다. 5월에는 3962대(수출 2799대, 내수 1163대)가 팔려나갔다.
지난 주말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서 코란도C를 먼저 만났다. 18층 빌딩앞 주차장에 세워진 코란도C는 세련되고 차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기존 ‘마초’ 이미지의 터프한 코란도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운전석에 앉아 스마트키를 누르자 도심의 반듯한 포장도로만으론 만족 못하겠다는 듯 거친 숨소리를 토해낸다. #4세대 코란도C ‘마초’ 버리고 도시형 SUV로 재탄생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쌍용차가 ‘SUV 명가’를 재건하겠다며 2800억원을 들여 새롭게 출시한 코란도C는 4세대다. 1970년 신진자동차가 미국 AMC와 기술제휴로 생산한 ‘신진지프’가 1세대. 1981년 신진지프를 국산화하고 개량하면서 코란도란 이름을 붙였다. 바로 2세대로, 이후 20여년을 SUV 대명사로 군림하게 된다. 코란도라는 이름에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1996년 뉴코란도로 변신하며 명성을 이어갔으나,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인수된 후 단종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듯하다가 이번에 코란도C로 다시 살아났다.
이전 코란도는 남성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타보고 싶은 차’였지만, 여성들에게는 ‘천하의 몹쓸 차’였다. 터프한 디자인에 차고가 높아 오르내리기 불편하고 무게감 때문에 운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란도C는 이름만 같지 이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차로 봐야한다. 과거 코란도의 투박하고 거친 오프로더 이미지는 찾기 힘들다. 대신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편안하고 단정한 도시형 SUV로 탈바꿈했다.
코란도C 디자인의 주제는 강인함과 경쾌함이다. 유럽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참여한 것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주지아로 디자인은 균형미와 조화로운 비율이 특징이다.
#넓고 커진 실내 고성능 엔진 탑재 코란도C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직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둥글고 안정적인 보닛 아래 6각형 라디에이터그릴과 날렵한 전조등이 잘 어울린다. 운동으로 단련된 남성의 강인한 복근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실내는 잘 정돈되고 깔끔한 느낌이다. 학의 날개를 표현한 대시보드와 센터페이스는 화려함 대신 단정함을 선택했다. 좌석의 간격이 넓어 뒷좌석에 성인 남성이 타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앞은 물론 뒷좌석까지 바닥과 등받이에 열선 시트를 적용했다. 뒷좌석을 버튼 하나로 접어 수납공간을 넓힐 수 있다.
코란도C의 진정한 변화는 동력개통에서 찾을 수 있다. e-XDi200 엔진은 고성능과 내구성을 강화한 1998cc 직렬 4기통 커먼레일 디젤이다.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36.7kg.m로 출력이 20%이상 향상됐다. 경쟁차종인 스포티지R(184마력, 40.0kgm)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경쟁범위 내에 있다. 엔진회전수 2000~3000rpm대에서 최대토크를 내도록 설계돼 효율성을 높였다. 6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공인연비는 2륜 기본형 수동이 17.6km/ℓ, 자동은 15.0km/ℓ이다. 4륜 구동 모델은 13.1km/ℓ이다.
#꾸준한 가속력에 핸들링도 부드러워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4륜 구동 최고급 럭셔리 모델이다. 시동을 걸고 외부 디자인을 살피는데 엔진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디젤엔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조금 크게 들렸다. 다행히 방음이 잘 돼있어 내부에서는 소음이 크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꽉 막힌 도심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브레이크는 부드러웠지만 약간의 출렁거림이 느껴졌다. 전자제어 AWD시스템은 연비를 고려해 평소 동력을 100% 앞바퀴에 전달한다. 하지만 눈, 비, 험로를 만나면 4륜 구동으로 자동 전환된다. 정체가 심한 도심 20여km를 달리는 동안 직접 측정한 연비는 8.3km/ℓ. 높고 트인 시야 덕분에 막힌 도로에서도 답답함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자동차전용도로에 접어들어 가속페달을 밟자 서서히 속도가 올라갔다. 단번에 치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줬다. 어느새 속도는 120km/h를 넘어섰다. 소음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려봤다. 150km/h를 넘어서자 가속력이 떨어지면서 엔진소리가 커졌다. 고속주행에도 안정감은 그대로였다. 고속 커브에서 약간의 출렁임은 있지만 원하는 만큼 차량이 제어됐다. 스티어링 휠은 유격이 느껴졌다. 오프로드 주행을 감안한 세팅으로 보인다. 속도를 줄여 평균 80~100km/h로 꾸준히 달렸다. 정속주행 연비는 11.3km/ℓ가 나왔다. 결론은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조금 답답할 수 있겠으나, 가족이 함께 타는 패밀리카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했다.
#40대 주부 “패밀리카로 만족스럽다” 현재 쌍용차 렉스턴 RX290을 타고 있는 40대 여성운전자는 코란도C를 직접 몰아본 뒤 “다음 모델로 코란도C를 고려해봐야겠다. 여성이 운전하기에도 편하고 좌석도 넓어 가족들과 여행가기 좋겠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코란도C는 6개의 에어백과 ABS, ESP, HBA(유압 브레이크 보조장치), ARP(전복방지시스템), HAS(밀림방지기능), 급제동과 ABS작동 시 뒤차에 경고하는 ESS 등의 안전장치를 갖췄다. 스페어타이어는 선택사양이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구매자가 원할 경우 무거운 스페어타이어 대신 타이어 수리키트를 준다. 가격은 같다.
판매가격은 최저 1995만원부터 최고 2735만원까지다. 4WD는 180만원, 7인치 내비게이션은 130만원에 선택할 수 있다.
코란도C는 최근 한 기관의 소비자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 점수는 720점으로 투싼IX(711점)를 넘어서 엑센트(722점), 그랜저HG(727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구입 및 추천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커졌다’가 각각 50%와 49%로 스포티지R 보다 각각 9%p, 10%p 낮았지만, 투싼iX보다는 약간 높았다.
댓글 0